또 바이칼 거대한 물 / 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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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3회 작성일 20-03-14 07:40본문
또 바이칼 거대한 물 / 강우식
바이칼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배를 띄웠다.
아내의 뼛가루를 한 움큼 허공에 뿌렸다.
샤먼의 주술 같은 바람이 흰 이를 드러냈다.
수면은 삽시에 안개꽃 천지였다.
꿈. 안개. 꽃이다.
환상의 수천억 개 안개꽃이다.
만다라의 물로 낯색이 바뀌었다.
산산이 녹으면서 바이칼이 되고 있었다.
바이칼, 풍요로운 물로
대지 위에서는 나를 먹이고 살 찌웠듯이
그대는 온갖 물고기의 친구로서
이제부터는 그것들의 피와 숨결이 되어서
밤낮으로 호흡하며 떠돌리라.
아니, 바이칼 되어, 바이칼 되어
이 지상이 갈증 나 타들어 가고 목마를 때
석유보다 더 비싼 거대한 물로 남으리라.
세상이 다 입을 대는 젖줄인
어머니의 호수여
너는 갈릴리의 어부처럼 배를 띄우게 하리라.
지상에서는 늘 가난한 식솔들이 일용할
따뜻한 마주유가 되었듯이
그대는 죽어서도 그리 살리라.
이 세상 물 먹지 않은 자 어디 있으랴.
그 물로 그대는 살리라.
* 강우식 : 1941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3년 - 1966년 <현대문학>
서정주 추천으로 등단, 시집 <꽁치> 등 다수
< 소 감 >
안개에서부터 러시아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까지 두루 존재하는 물에
대한 소묘인 듯
화자는 물이 인간에게 기여하는 온갖 현상을 성서(갈릴리의 어부)까지
동원하고 있는데,
아내의 뼛가루가 안개꽃으로 보이는 꿈의 환상인 물
그대는 풍요로운 바이칼 호로,
대지 위에서는 인간을 먹이고 살 찌웠고,
온갖 물고기의 친구로서 그들의 피와 숨결이 되었다 등......
물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는 부처님 만다라처럼 고귀하다고
또벅 또박 마침표를 찍으며 단호하게 화자는 노래하고 있다
지구의 70%가 물이고 모든 생명체의 70%도 물이다
이처럼 물은 우주만물을 지배하면서도 뽑내지 않고 거만하지 않고
있는듯 없는듯 그들 속에서 존재하며 이바지 한다
타는 목마름에도 한 줌의 물
격렬한 火魔에도 한 바지의 물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의 온갖 쓰레기를 품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물!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에서 上善若水(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은 물)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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