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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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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파행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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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0회 작성일 20-03-14 10:03

본문

  파행


  이진수 



  그때 나는 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중간에 교통사고 소

식만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

양 5일장 어물전 한 귀퉁이
   꽃게 파는 아주머니의 다라이에서는 게들이 물 밖으로 나

오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저만치 평화기물상사 앞에서 나 있

는 쪽으로 다가오는 사내 하나 보였다
   사내는 바퀴 달린 널빤지 위에 뽕짝이 흘러나오는 녹음기

와 집게발만 남은 몸을 얹은 채 파행파행 오고 있었다
   평화기물상사에서 가고파키센터 영화식당을 거쳐 어물전

까지 오는 동안 사내는 내가 만나려던 모습에서 십 년 더 나

이든 얼굴이 되어 갔다
  이게 얼마만이냐 사고 소식은 들었지만 이럴 줄은
  덤프트럭에 깔려 두 다리 잘랐다 그나저나 손 한 번 잡아보자
  녀석은 손에 끼고 있던 반코팅 장갑을 벗으려 했다 어물전

꽃게 비린내가 확 풍겼다 아냐 안 벗어도 돼 나는 그때 녀석

의 불편보다 비린내를 묻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 기는 모습이 껄쩍지근하냐 내 딴에 카누 선수 노 젓는다

생각한다
   아냐아냐 그래야지 그럼 포기하지 말아야지 막걸리나 한잔

하자
   영화식당에 들어가 생각보다 가벼운 그를 테이블 위에 올

려놓았다
   부인은 잘 있냐
   병원 생활할 때 사고보상금 챙겨 갖고 날라버렸다
   애들은
   어머니가 키우시지
   둘이 막걸리 네 주전자를 비웠을 때는 날이 이미 저물어 있

었다 다음에 또 보자

   녀석은  자신의 카누를 타고 곧장 노 저어 가는데 나는 똑바

로 걷지 못하고 자꾸만 비척거렸다
   그러부터 일 년, 녀석은 가끔씩 전화를 하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안도현 엮음『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이가서. 2006) 

 

 --------------

   언젠가 티브에서 사지가 멀쩡한 사내가 중중 장애인 여자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것을 보았다. 나도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사회적인 것에서는 진보인 채 하며 가정에서는 보수인 내가, 뼛속까지 진보가 되지 못하고 감각적인 진보가 되지 못하고 사안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제 멋대로 왔다갔다하는 내가 육신의 평등을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만약에 살다가 잘못된다면 내 아내도 나를 버리고 도망갈까. 아내의 성미를 보건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망을 가면 몰라도...


   그러나 나도 병석에 아내를 두고 도망을 갈 만큼 그렇게 큰 용기를 가진 위인은 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내심 궁금하지만 시에는 여자가 도망을 가버렸다. 병원 생활할 때 사고보상금을 챙겨 가지고 날라버린 것이다.


  뜻하지 않게 교통사로로 6개월 병원에 있을 때 여자가 보상금 갖고 튀었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휠체어 타는 신세 오도가도 못하고 병원에 계속 있는 그 사내를 보았다. 퇴원하기 한달 전쯤 옆에 환자와 시비를 하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 사망을 하고 말았지만 일가붙이라고는 나이 많은 누님밖에 없다고 했다. 십 년이 넘는 병원생활에 지인들은 다 떠나버렸다. 불알 두 쪽뿐인 사내에게 빌붙을 것이 뭐 있었겠는가. 


   그런데 같은 병실에 휠체어를 탄 산재뇌환자를 돌보는 여자가 있었다. 아침 6시시면 기상을 하여 남편의 굳은 몸을 주물려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아침 먹고 나면 점심때까지 물리치료실에서 기다리다가 휠체어를 밀고 와서 목욕시켜주고 새옷을 갈아 입힌다. 병원에 온지 3년이 넘었다는데 매일 보조침대에서 잠을 자며 남편을 아들 돌보듯이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병원비는 산재에서 나와 경제적인 고통은 없었지만 그 여자에게 삶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 여자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남편에게 묶여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는 아무런 신경도 못 쓴다고 한다. 퇴원을 하고 싶어도 남편이 한번씩 경기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지속되어 겁이 나서 퇴원도 못한다는데 그녀는 바람이 있다면  남편의 건강이 여기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지만 운우지정 부부 사이의 일을 누군들 다 어떻게 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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