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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시와 시작노트 제8회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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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20-03-15 04:47

본문

일주문 무릎 꿇다

 

-정성수鄭城守-

 

내장사 일주문에 들어섰다

 

죄 없는 축생은 서서 들어오고 죄 많은 중생은 기어들어오라고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일갈 하신다

 

아랫마을 새벽닭 우는 소리들으며

나는 당당하게 들어갈까 땅에 엎드려 배밀이로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엉거주춤 ‘ㄱ’ 모양을 하고 들어갔다

 

일주문을 지나기도 전에 들리는 풍경의 한 말씀

이놈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너는 축생이냐 중생이냐 마른하늘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

 

일주문이 휘청하더니 무릎을 꿇는다

 

□ 시작노트 □

 

일주문은 네 기둥四柱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가옥 형태와 달리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일심一心을 상징한다. 내장사 일주문에는 '내장산내장사'라는 편액扁額이 걸려 있다. 양 기둥에 “歷千劫而不古 역천겁이불고 亘萬歲而長今 긍만세이장금”이라는 주련柱聯이 붙어있다. 이는 ‘천겁의 과거도 옛 일이 아니며 만세의 미래도 늘 지금이라’는 뜻이다. 일주문은 산문이니 여기서부터 절 안이다. 일주문을 넘어서는 순간 온갖 번뇌와 망상, 혼란한 생각을 잊고 깨달음의 일념으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주문 안에 들어서면 밖에서의 사는 일에 의한 분별심에 의지하지 말라. 일체만유가 본래 무일물無一物이니 대상에 차별을 두지 않으면 우주의 주인이 된다. 내장사의 일주문 기둥은 한 아름이 넘을 듯 한 통나무로 만들어져 마치 장사의 다리처럼 튼튼히 내장사를 받쳐 들고 있다. 우람타 저 근육.

 

 

완벽한 체위

 

-정성수鄭城守-

 

앞산이 엎드려 있다

그 아래

호수 위에 떠 있는

산 그림자

산은 그림자를 끌어 안고

그림자는 산을 받아드리면서

산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완벽한 체위

밤이 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는 수평선 위에서

너는 수평선 아래서

꽃처럼 눈부시게

벼락치고 천둥소리 나도록

눈부신 야화夜話 한 폭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

참 야 하다

 

□ 시작노트 □

 

위신과 체면 때문에 못하는 일이 많다. 가문에 욕 먹이지 않으려고, 부모님이나 아이들에게 욕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 조심 또 조심 살얼음판을 간다.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도 안면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조심을 한다. 이는 한 뼘의 얼굴 때문이다. 비난이 두렵기 때문에 체면치레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경쟁 풍토와 체면 중시 경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경쟁적․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체면을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사람이 많다. 더 나쁜 것은 소통부재로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벽이 꽉 막힌 관계를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체면을 벗어 던지고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바가지

 

-정성수鄭城守-

 

헛간 벽에 바가지가 걸려있다

속에는 곰팡이가 슬고 한쪽 귀는 떨어져 나갔다

세월에 부데 낀 흔적이다

쌀을 담을 때는 쌀바가지였다가

물을 풀 때는 물바가지였다가

이웃집에서 소금을 꿔올 때는 소금바가지였던

어머니의 바가지

어머니는 그 바가지를 들고 논밭으로 달려갔다

곡식을 가득 담아 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으리라

빈 바가지로 돌아 올 때는

가슴 속에서 바람소리가 났으리라

어머니의 바가지는 고생 바가지였다

그러나 햅쌀을 가득 담아

손으로 쓰륵쓰륵 휘저으며 씻어 지은

고봉밥 한 그릇

그 밥을 먹고 자랐으니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바가지 덕에 돼지처럼 살이 디룩디룩 쪄서

오늘도 시장 바닥 같은 세상에서

삶의 바가지를 쓰고

더듬어 길을 가고 헤메어 길을 옵니다

 

□ 시작노트 □

 

‘바가지’는 부엌세간의 하나로 둥그런 모양의 그릇이다. 용도가 넓어 ‘물바가지’, ‘쌀바가지’, ‘쇠죽바가지’와 장을 뜨는 ‘장바가지’ 또는 ‘장조랑바가지’ ‘탈바가지’ 등으로 나뉜다. 재료는 ‘박’통을 가른 것인데 가을에 잘 여문 박을 반으로 켠 다음 속을 파내고 솥에서 쪄낸 뒤 안팎을 깨끗이 긁어 말려 만든 것이다. ‘박’을 타는 날이면 삶은 ‘박’에서 숟가락으로 긁어낸 ‘박속’에 양념을 넣고 버무려서 만든 ‘박속나물’과 '박탕국'을 먹기도 했다. ‘바가지’에 금이라도 가면 깨진 곳 양쪽에 엇물리게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가면서 돗바늘로 꼼꼼하게 기워 썼다. 여러 나물과 보리밥을 넣어 척척 비벼 식구들이 빙 둘러 앉아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했다. 요즘에도 바가지에 관한 말은 많다.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술집에서 바가지를 썼다’ ‘아내가 바가지를 긁는다’ ‘야유회에 갔다가 고생만 바가지로 하고 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미장원에 가서 바가지머리를 했다’와 같이 생활과 밀접한 말들이 있다.



하늘에 던진 그물

 

-정성수鄭城守-

 

군산하구둑에서 수십만 마리 청둥오리들이

하늘에 그물을 던진다

 

한순간 포획 된 해와 달과 별

은비늘을 반짝이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 속에서

퍼덕이는 우주

 

지상에서 숨죽이며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들

살아있어 고맙다

 

하늘에 던진 그물이 통째로 하늘이 되어 날아간다

 

□ 시작노트 □

 

금강하구둑은 1990년에 완성되었다. 이곳은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겨울철새들이 11월 말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겨울을 지낸다. 다음 해 3월 시베리아를 향할 때까지 우리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겨울철새야말로 금강호가 제공하는 백미다.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이기도 한 금강호는 가창오리를 비롯해서 기러기, 혹부리오리, 재갈매기, 청둥오리, 검은머리 물떼새 등 희귀 철새들이 수십만 마리씩 날아온다. 특히 가창오리의 군무는 장관이다. 가창오리는 야행성으로 해가 지고나면 먹이를 찾기 위해 노을을 배경으로 수십만 마리가 4∼5㎞의 대열을 이룬 채 거대한 ‘뫼비우스 띠’나 ‘부메랑’ 모양을 연출하며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이를 보기 위해 국내외 많은 철새 탐조객들이 금강하구둑에서 찬바람을 맞기도 한다.

 

 

충고

 

-정성수鄭城守-

 

친구가 이혼을 하겠다고 한다 좋은 여자가 생겼단다

집사람하고는 영 코드가 맞지 않아

얼굴 쳐다보는 것 조차도 싫다고 한다

속으로 한 마디 했다

친구야

바람 피우는 것은 용서하마

그러나 가정은 버려도 가족은 버리지 마라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다 잃는다는 것 이다

어디 핏줄 없는 세상이 세상이더냐

솔바람도 잠시고 태풍도 삼사일을 못 버틴다

바람이 집을 날리고

화단을 망쳐놓는 것은

흔적이 아니라 상처다 바람은 바람일 뿐이다

 

□ 시작노트 □

 

바람을 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성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반드시 성관계만을 바람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여자들은 자기의 남자가 유흥업소의 여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용서가 되어도 성관계 없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더 싫어한다고 한다. 상습적으로 카톡, 문자, 메일을 보내는 것도 바람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잤어도 마음만 주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다. 한두 번 데이트를 한 것은 괜찮은데 한 사람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의 정의도 가지가지다. 바람은 몸, 또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세상 남자들은 바람둥이 속성을 타고난다. 적당한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라도 튕겨 나갈 수 있는 용수철과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교양, 의지력, 처해 있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견뎌내는 것일 뿐이다. 내 애인은, 내 남편은 괜찮겠지 하고 100% 믿지 마시라.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크게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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