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얼굴 / 심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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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5회 작성일 20-03-25 07:28본문
시간의 얼굴 / 심은섭
분열하는 스물 네 개의 얼굴로 그가 달려온다 그때 꽃들은 징을 울렸으며, 눈먼 시계공은 청동시계의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에게 순종을 선언한 강물은 한없이 직선으로 흘렀다 마른 소금을 구워내던 바다도 어김없이
아침 해를 출산 중이다
오후엔 그가 들판을 지나갈 거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사과나무는 각혈로 피워낸 꽃을 입양하기 시작했고, 이마에
화상을 입은 능금은 서둘러 붉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암사자들은 넓은 사냥터를 급매하려고 총잡이들과 협상이
한창이다
태양이 목관의 입속으로 가라앉는다 그의 목청을 기억하는 어떤 사내는 젖은 몸을 달빛에 말리며 마른 장작처럼
가늘어진 사내의 젖은 몸을 달빛에 말리며 마른 장작처럼 가늘어진 아버지의 두 다리 사이로 예순네 개의 달이
저무는 것을 보았다 어제 실종된 개불알꽃은 끝내 운석으로 발견되었다
* 심은섭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2004년 <심상>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2008년 <시와세계>로
평론 등단, 시집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등
< 소 감 >
풍부한 에너지가 솟구치면서 화자의 높은 역량과 기량이 돋보이는 시이다
시간의 흐름을 타고 젊고 힘찬 이미지들이 우주만물의 변화로 전이 되면서
독자의 심상 속으로 손에 잡힐 듯 질감되고 있다
우주만물의 변화는 시간과 공간 속에 이루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째깍째깍 시간은 우주만물의 변화를 싣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미래의 끝은 어디일까?
빠글빠글 괴물 같은 이미지들이 카메라에 담기 듯 독자들 마음속에 화인처럼 새겨져
조각달처럼 어디론가 떠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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