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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성수의 시와 시작노트 제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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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20-03-27 17:02

본문

이별 하나

 

-정성수鄭城守-

 

한 사람을 보내고

술집에 앉아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술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창밖에는 가을비가 눈물을 찔끔거리고

밤새도록 술병들은

저희들끼리 잔을 주고받았다

 

□ 시작노트 □

 

부모 형제 자매지간에도 의견이 맞자 않아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친구나 남녀지간은 말할 것도 없다. 싸우며 사느니 차라리 이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다. 이런 것들은 견해차이나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것들이다. 연인들 사이도 그렇다. 사랑의 감정은 오묘하고 복잡다단해서 좋아지고 싫어지는 마음이 단순히 정량적으로 계산이 안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연인 사이의 이별은 좋아하던 마음이 변질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탄이나 양가의 이해 부재 등 핑계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또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다. 한 쪽의 변심은 다른 한 쪽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치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연인들이 이별을 하면서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앞으로 견뎌야할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지나온 추억 때문이다. 콘센트에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망치로 두들겨 부수면 방안이 캄캄할 뿐이다.

 

 

회상回想

 

-정성수鄭城守-

 

그대의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혼자라는 생각이

손톱 끝에 묻어 나

온 몸을 긁어대던 때가 있었다

그대 가슴이 내 가슴을 받아들이는 동안에도

외롭다는 생각이 외로울 때가 더 많았다

치욕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내 젊은 날이

슬픔이라고 명명해 주고 싶은

내 족적들이

국화꽃 피기 전에 한 곡조 뽑아 올리고 싶어

뒤척이던 밤들

길이 멀다는 아득함이 발아래에 와

눈물을 쏟으면서 길 위에 서 있었다

설움의 날들을 묻기도 전에

국화꽃 져간다

젊은 날의 잔칫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 시작노트 □

 

이민 간 친구, 저 세상으로 간 친구, 동창회 나오지 않는 친구, 돌아보면 다 애잔한 얼굴들이다. 아픈 가슴을 도려내도 또다시 차오르는 그리움은 숨 쉴 수조차 없는 고통이다. 죽도록 사랑한 죄다. 천 번을 지워도 견딜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가슴 속 깊이 흐르는 애증의 강이다. 어느 가을날 돌아보니 앞산이 붉고 낙엽이 내린다. 지나온 길은 꽃길만은 아니었다. 생각하면 가슴 시리다. 내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던, 푸르고 싱싱한 나무로 그늘을 짜던, 그런 날들은 축복이었다. 삶은 시간적인 문제나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목표가 아닌 행위 자체에 혼신을 다하거나 본질적 삶의 가치를 인식할 때 열정과 함께 환희가 온다. 숨을 고르는 사이 이제 노동老童이 되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것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바라보는 것이다. 길은 내 앞에 있다.

 

 

추야秋夜

 

-정성수鄭城守-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는 들쥐들이

종종걸음으로 제 집을 찾아가고

두 발을 감춘 기러기들은

밤하늘을 건너간다

새 생명을 뽑아 올리던

봄 햇살은 늙어버린지 오래다

녹음방초 불태우던 한 여름에

논바닥에 찍어댄 농부의 발자국마다

달그림자 출렁인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구천을 맴돌며 호곡하고

가을밤은 달을 안고 서쪽으로 기울어 간다

 

□ 시작노트 □

 

가을밤이 깊어 가면 커피 한 잔 들고 마당이나 베란다로 나가 보자. 휘영청 밝은 달밤이면 금상첨화다.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나 멀리 보이는 교회당 붉은 십자가가 커피 속에 녹아 있다. 한 모금 마실 때 마다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다정했던 친구를 호명하면 간절하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 슬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쓸쓸함이 눈물겹게 다가올 것이다. 두 손으로 감싸 쥔 커피가 따뜻한 숨결로 나를 감싸줄 때 내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그대에게 건넨다. 누구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가을밤을 더듬지만 나는 추억을 들여다보려고 가을밤의 가슴을 들춘다. 사랑한다고 가슴 한 복판에 썼다가 고개를 흔들고, 그리움에 애간장을 때우면서 깊어가는게 가을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봐도 가슴 한 구석에 뻥뚫린 구멍 때문에 견디기 힘든 밤이 가을밤이다.

 

 

내장산 단풍

 

-정성수鄭城守-

 

과거가 있는 사람은 내장산으로 가세요

활할 타는 단풍 속에서

두 눈을 꾸욱 감고

어제 헤어진 사람 내일 잊혀 질 사람

모두 통째로 태우세요

안단테 안단테로

어깨를 들먹이는 내장산을 토닥이면

단풍 잎잎이

눈물을 글썽이겠지요

떨어지는 것들 모두

태우는 것은

제 몸을 태우겠다는 것입니다

 

미운사람 하나 있어

이 가을

내장산 단풍나무 아래로 나는 갑니다

 

□ 시작노트 □

 

과거가 행복했던 사람은 현재도 행복할 확률이 높고, 과거가 불행했던 사람은 현재가 불행할 확률이 높다. 우리의 상처나 고통은 기억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는다는 것은 과거를 놓아버리는 것이다. 과거를 놓아버리는 것은 집착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과거에 매달리기를 끝내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는 잘 보이나 미래는 어둠 속이다. 인간은 현재가 가장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강력한 뿌리라는 것이다. 이 세상 어떤 나무도 상처 없는 나무는 없다. 나무의 상처는 나무의 과거다. 당신은 과거집착형인가? 미래지향형인가? 답은 당신에게 있다.

 

 

 낭만 제로

 

-정성수鄭城守-

 

아파트 젊은 경비원이 바지랑대를 들고

은행잎을 떨고 있다

가을아 가거라

어서 가라며

허공의 똥구멍을 쑤셔대고 있다

 

그 옆에서 늙은 경비원이

떨어진 낙엽을 쓸어 모으고 있다

어떤 시래비 아들놈이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라고

자다가 궁따먹는 소리를 하느냐며

구시렁구시렁

부대에 낙엽을 쑤셔 넣고 있다

 

□ 시작노트 □

 

낭만이라는 말에는 떨림과 행복이 가득하다. 한자 낭만浪漫은 ‘물결 낭 +질펀할 만’이다. 말하자면 ‘물결이 질펀하게 일다’라는 뜻이다. 낭만은 로망Roman이나 로맨스Romance에서 비롯한 가차문자假借文字다. 가차문자는 문자의 의미와는 무관하게 음만 빌려 쓰는 말이다. 아라비아 속담에 "나에게 빵 두개가 있다면 하나는 먹고, 하나는 팔아서 꽃을 사겠다." 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실일 수도 있고 낭만을 아는 사람의 말일 수도 있다. 이성은 마음의 경찰鏡察이자 통제 사이다. 그러가 하면 낭만은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멋과 통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이성적으로만 사는 사람은 낭만과 멋이 필요 하고 지나치게 낭만에 치우친 사람은 이성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성이 냉탕이라면 낭만은 온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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