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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의 시인 /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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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20-03-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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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의 시인 / 남진우

-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을 위하여


항아리는 고요하다

눈부신 달빛 아래 묵묵히 침묵하고 있다


지금 저 항아리 속엔

사십인의 도둑이 숨어 있다

저마다 잔뜩 웅크린 채 숨죽이고

바깥에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깊은 밤 칼을 빼들고 집 안으로 쳐들어와

사정 없이 우리의 목을 베어갈 악당들이

항아리 속에서 손톱을 깨물며 견디고 있다

사십 개의 항아리가 일제히 부서지는 순간

집 안 가득 번져나갈 함성과 비명소리


항아리는 고요하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어둠 한 가운데서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떨어져 어떤 부스럭거림이라도 일어나기를

잠자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깨어 날 수 있기를


서서히 항아리가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십 개의 항아리가

허공에 떠올라 달빛을 빨아들인다

항아리 속에서 익어가며 그윽한 술냄새를 풍기는 달빛

밤이 깊어갈수록 항아리 속엔 술이 차오르고


신호가 와도

술에 곯아 떨어진 도둑들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 남진우 : 1960년 전북 전주 출생,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제15회 대상문학상 수상


< 소 감 >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은 이야기꾼 셰에라자드가 페르시아 왕에게

천일 동안 매일 밤 들려준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알리바바의 집에 몰래 숨어 들어온 사십인의 도둑은 항아리 속에서 두목의

신호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다


시인(화자?)도 도둑과 함께 도둑이 되어 항아리 속에서 깊은 심상 속에 빠져

본다

 

허공에 떠올라 달빛을 빨아들이는 항아리, 항아리 속에는 술냄새 익어가고,

술냄새 풍기는 달빛 아래 술취한 도둑, 신호가 와도 세상 모르고 지고 있는 

이들


현실과 몽상을 넘나드는 도둑과 시인의 환상적 이미지가 데칼코마니처럼 뒤

엉키어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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