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시와 시작노트 제13회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성수 시와 시작노트 제13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6회 작성일 20-04-01 18:40

본문

절창

 

-정성수鄭城守-

 

여자가 못 하나 박아 달라고 가슴을 내밀었다

까이껏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박아주지

남자가 호기 있게 말한다

옷도 걸어야 하고 가방도 걸어야 하니

기왕이면 대못으로 박아달라고 하자

이래봬도 소싯적부터

못 하나는 끝내주게 박았다고

내가 박은 못들은 고뿔 한 번 안 걸리고

모두 잘 자라고 있다고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한다

남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못대가리를 치자

여자가 흐흥하고 콧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친다

쿵쿵 벽이 울릴 때마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못이 대가리를 얻어맞을 때마다

남자가 벽에 화인을 찍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몰랐을 것이다

못을 치는 것은 못을 벽에 박는 소리가 아니라

벽이 못을 받아들이는 소리다

그렇다

때로는 눈물 없는 울음소리가 절창이다

 

 

□ 시작노트 □

 

마음 속 후미진 곳에 뽑히지 않은 크고 작은 못들이 있다. 구부러진 인생이었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닿지 못한 사랑이거나 당신이 보내지 못한 전언이다. 오래 된 기둥 앞에서나, 흑백사진을 안고 있는 액자 앞에서면 구부러진 못들에게 머리를 숙일 일이다. 녹슬어가는 영혼도 영혼이다. 굽은 못을 펴 다시 박을 때 낡은 기억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다면 못대가리를 힘껏 내리쳐야한다. 그때서 삶은 깊이 뿌리 내릴 것이다. 못은 망치에 얻어맞기 위해서 살고 망치는 못대가리를 쳐대기 위해서 존재한다. 못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훌륭한 망치를 만나야 하고 망치의 훌륭한 역할은 못을 제자리에 박는 것이다. 못에 망치질을 하다가 망치가 헐거워지면 망치에 못질을 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왜 나는 눈물이 되는지

 

-정성수鄭城守-

 

오늘도 전화를 했다 술 한 잔 마시자고

수화기 저편에서 친구 놈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 시간에 나가기만 하면 집사람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눈을 흘긴단다

설마가 배신 때리고 간다

나는

차라리 코 막고 죽어라 이놈아

존심 팍팍 상해 가며 큰소리를 쳤다

취했다 하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고개를 쳐 박는 것은

이 세상에서 쓸쓸한 일

혼자서 술잔을 쓰다듬다가

전봇대에 다리 하나 걸치고 개가 되는 것이야말로

저 세상에 가서도 부끄러운 일

개 한 마리가 밤하늘을 본다

무슨 별이 저리도 많으냐며

어젯밤에도 없던

별들

컹컹 개소리를 내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내가 술을 마셨는지 술이 나를 마셨는지

별들에게 묻는다

병나발을 불어도 왜 나는 눈물이 되는지

 

□ 시작노트 □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곧잘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다른 말이다. 어쩌면 솔직함과 순수함 때문에 포장마차의 목의자에 몸을 부리고 술을 마시는지도 모른다.“노털카”라는 말이 있다.‘놓지도 말고, 털지도 말고, 카 소리도 내지 마라’는 뜻이다. 술꾼들의 수칙이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면 최상의 술꾼은 얼큰하게 취하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술의 멋과 낭만을 아는 사람이다. 한잔 술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두 잔은 술은 술이 술을 마시는 것이다, 석 잔 술은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제발 개는 되지 마라.

 

  

가을 밤

 

-정성수鄭城守-

 

밤의 책장을 넘기다가

눈이 침침하고 허리도 아파서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 하나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고 있는 커피 잔에

한 여자를 울린 죄

별이 되어 떠 있었다

앞 건지산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운다

이 밤에 잠 못 드는 게

새야

어디 너 뿐이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 여자도 지금쯤

커피 잔을 들고 별을 보고 있겠다

 

□ 시작노트 □

 

불행한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꿈을 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다. 이루고 싶은 꿈은 책을 읽으면서 내용과 연관된 목표를 세운 것이다.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진짜로 꿈을 이루어야겠다는 열정이 솟아난다. 그 열정은 바로 책을 읽을 때 나온다. 책을 읽으면 상상의 즐거움이 있고 삶에 대한 깨달음의 기쁨이 있다. 그런가하면 경험이 다양화되고 삶에 대한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책 속에 있는데 어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暗衢明燭(암구명촉) 迷津寶筏(미진보벌)” 책은 어두운 거리의 등불이 되고 험한 나루에 훌륭한 배가된다는 말,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가슴에 새길 일이다.

 

  

눈사람

 

-정성수鄭城守-

 

이제는 눈이 내려도 눈사람이 될 일이 없네

그 막걸리집

문을 밀고 들어갈 일도 없고

혹여 춘자씨와 눈 맞을 일도 없고

 

귀마개를 해도 칼바람이 칼칼대는 골목

쥐새끼처럼 기어들어가

춘자씨의 허벅지를 베고서

그대로 잠이 들면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눈처럼 쌓이는 밤

 

호기 있게 젓가락 장단을 치고 나서

검지에 침을 발라

허공을 긋고 씨익 웃으면

저 인간은

언제 사람 되느냐고

춘자씨가 두 눈에 불을 켤 텐데

 

흔들리는 골목에서 함박눈을 뒤집어써도

억울할 것도 없는 밤

목화꽃 송이송이 하염없이 내리는데

불 꺼진 간판 아래 한 남자가 오랫동안 서 있네

 

□ 시작노트 □

 

'막걸리'라는 말만 들어도 입맛이 땡긴다. 즐거워서 한잔! 외로워서 한잔! 화가 나서 한잔! 그리워서 한잔! 막걸리는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알코올 성분이 6~7도의 술이다.“조선양조사”에 의하면 중국에서 전래되어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전국에 전파된 민족고유주다. 진위는 가리기 어려우나 토속성이 짙은 술임은 분명하다. 좋은 막걸리는 감(甘), 산(酸), 신(辛), 고(苦), 삽미(澁味)가 잘 어울리고 감칠맛과 청량감이 있어야 한다. 막걸리 안주는 뭐니 뭐니 해도 '홍탁삼합(洪濁三合/홍어회, 삶은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이다. '홍탁'은 홍어의 '홍'자와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잘 조화된 완벽한 궁합의 음식이다. 찬바람이 가슴을 후벼드는 날엔 '홍탁삼합‘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면 부러울 것이 없다!


조락凋落

 

-정성수鄭城守-

낙엽 우수수

쌓인

나무아래 벤치에서 이빨 빠진 비둘기 몇 마리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고 있다

허공을 날아오를 때 빛나던

은빛날개에서

수많은 비듬이 떨어지고 있다

최초인 듯 최후인 듯

퍼덕이는 저 날갯짓은

조락이다

노인하나가 가을이 된 배경에서

생의 탁본을 뜨고

옆에는

뒷굽이 닳은 구두 하나가 졸고 있다

 

□ 시작노트 □

 

11월 말쯤이면 은행나무는 벌거벗은 모습이다. 잎이 하나도 달리지 않은 채 앙상하거나 아직 매달린 몇 잎은 바람에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추위까지 닥쳐오면 더욱더 추워 보인다. 바라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황무지荒蕪地’가 된다. 공황상태다. 부처는 세 가지 황무지가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탐욕의 황무지rāgakhīla, 성냄의 황무지dosakhīla, 어리석음의 황무지mohakhīla다. 마음의 황무지를 없애려면 ‘사념처思念處 ’와 ‘팔정도八正道’를 닦으라고 하였다. 몇 잎 남은 은행잎이 언제까지 매달려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재하다. 은행잎이 노란 까닭은 이파리마다 새겨진 사연들을 읽어 보라고 길바닥에 책을 펴는 것이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은 은행나무가 쏘아올린 늙은이들의 금이빨이다.

 

 


다음검색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5 1 07-07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 10-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