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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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8회 작성일 20-04-05 23:58본문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정성수鄭城守-
봄똥 쳐다만 봐도 그리움이 먼저 와 어머니의 얼굴이 되었다
그 시절 그만 때가 되면
마을 공동 우물가에
순지네 고모도 철구 할머니도 우리 어머니도 봄똥같이 앉아서
손에 배추물이 든 지도 모르고 씻고 또 씻던
봄똥
보리밥 푹퍼서 볼따구가 터지도록 쌈 싸 먹는 날
된장도 따라 서럽던 초봄 가에서
점심밥 푸지게 먹은 달착지근한 햇살도
배가 부르면
울 넘어 남새밭
잔설 속 겨울을 툴툴 떨어내고
어머니는
봄똥같은 똥 한 무더기를 싸놓고 봄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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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정성수鄭城守-
나무들은 숲을 이루고 있을 때도
한 몸이 되어 본 일이 없다
당연히 가지를 뻗어 서로의 몸을 쓰다듬은 일이 없을 테고
나무들은
벌목꾼들이 땅에 눕히자 바닥에 포개져
비로소 한 몸이 되었다
나무들이 하염없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원래 한 뿌리에서 돋아 난
같은 나무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전화로만 안부를 묻던 자식들이 모였다
나무들이 관을 짜는 동안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자식들은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더니 비로소
고목이 쓰러진 뒤에
때 늦은 핏줄을 어루만진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도
서로에게 오가는 길이 멀었다
가지는 한 나무에서 자란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식들이
땅에 누운 고목을 오래토록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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