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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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20-04-13 07:44본문
사람들
서상민
비 오는 날이면 나는 나를 외면하고 나갑니다. 혼자 남은 나를 버려두고 혼자가 됩니다. 방안에 혼자 남은 나의 눈은 비어있고, 텅텅 빈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럴 때의 거리는 바람이 세고, 맨 처음 불기 시작한 바람을 본 적 없으므로 마지막 나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나는 마지막이란 말을 되새길 때마다 처음이라는 근거 없는 말을 떠올리고, 내가 알고 싶던 혹은 알고자 했던 최초의 나는 빗물에 젖은 책장처럼 넘기기 어렵습니다.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의 젖은 발목으로 혼자 비 맞고 있을 방안의 나는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까요? 보도블록 위에 또박또박 비를 받아 적는 사람들의 발자국은 흐리고, 흐린 등으로 돌아온 나의 방안에는 내가 없으므로 나는 나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입니다.
새벽 두시의 불면이 책장 위에서 뒤척입니다. 뒤척이는 것의 자세는 오래전 듣던 음악 같습니다.
내 방안에 무수한 사람들
프로필
서상민 : 문예바다 신인상, 한국외대, 김포문학상 외 다수 수상, 김포문협 문예대 강사
시 감상
고 최인호 작가의 소설 ‘타인의 방’이 생각난다. 사물의 인식을 통하여 일상적 삶의 인식의 차이를 승화한 소설이다. 나는 내 방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방에 존재하는 양면을 갖고 있다. 타인의 방이 내 것이 아닌, 내 방이 타인의 방이라는 자의식. 그런 자의식이 만들어낸 환영과 환상과 상상 속에서 점점 현대화를 비켜가야 하는 화자의 삶이 못내 곤혹스러우면서도 나와 동질화 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타인의 방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수한 타인들과의 동거. 사람들, 사람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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