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外地) /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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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6회 작성일 20-04-15 00:39본문
외지(外地) / 오정국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
허구와 허구가 뒤섞이고, 스토리와 스토리가 엉키듯
당도한 곳, 이곳이 외지다
지금 내 가슴을 열어 보면
번갯불의 녹슨 칼과
뽕나무 등걸의 검붉은 심장,
표지가 뜯겨 나간 몇 권의 책이 있다
여기서 나는
차갑고 불길한 불꽃의 책을 읽었다
너무 짧거나 긴 생애들
가당찮은 우연의 목록을 뒤적여 보면
엇갈린 사랑의 기나긴 이별
검은 상처의 불루스가
질척거리는 길바닥을 떠나지 않는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세월의 철길 아래
회오리치듯 뻗어 가는 담장의 꽃들
철따라 익어 가는 붉은 열매들
이제 내 가슴을 열어 보면
땡볕의 돌멩이와
발을 헛디딘 흙구덩이,
새의 날갯죽지 같은 게 흩어져 있다
* 오정국 : 1956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래 무덤>등 다수
< 소 감 >
지금 나는 낯선 외지에 멀리 나와 있다
모든것이 서툴고 새롭고 겁이나면서 무엇이 곧 일어날 것만 같다
아무리 추슬려도 다잡을 수 없는 앞날이 불투명하고 불안한 심상이다
미지속을 여행하는 것처럼 외로움과 당혹함이 길항하면서 방황하지만
외지도 시간이 흘러 정이 든다면,
-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세월의 철길 아래
- 회오리치듯 뻗어 가는 담장의 꽃들
- 철따라 익어 가는 붉은 열매들
낯선 것들이, 서툰 것들이, 당혹함과 방황이, 새로움으로, 즐거움으로
탈바꿈 되면서 또 다른 新天地를 만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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