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일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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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20-04-29 05:50본문
칠 일 / 이병률
칠 일만 사랑하겠다
육 일이 되는 날 사랑을 끝내고
뒷일도 균열도 없이 까무룩 잊고만 싶다
완전히 산산이 사랑하겠다
문드러져 뼈마디만 남기고 소멸하겠다
칠 일이 되는 날
꽃나무 가지 하나 꺾어 두 눈을 찌르고 눈이 멀겠다
까맣게 먹먹하겠자
헤아릴 무엇도 남기지 않도록 지문을 없애겠다
눈이 맵도록 이불까지 유리잔까지 불살라 태울 것이며
칠 일 동안의 정확한 감정은 절벽에 안겨 떨어지리라
칠 일이 지난 새벽부터 폭우가 내리고
그 홍수 닿는 것에 숲이 시작된다
그리고 어떤 자격으로 첫 번째 해가 뜬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그 사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이병률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바람의 사생활>등 다수
< 소 감 >
화자의 단호한 의지는 무엇일까?
칠 일만 사랑하겠다는 육 일 되는 날 까무룩 잊고 싶고 소멸 하겠다는
가슴 속 깊이 새겨져 지울 수 없는 그러나 지워야 하는 숙명적 그 무엇?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
지난 새벽부터 폭우가 내리고 첫 번째 해가 뜬다
두 눈을 찌르도록 아픈 흔적
그렇다고 그것을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와 나는 다른세상이다
길항(拮抗)하는 生과 死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 : 김경주시인의 시집 제목
** : 소설가 한강의 소설 <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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