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규] 냇가로 끌려간 돼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김충규] 냇가로 끌려간 돼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20-05-01 20:15

본문

냇가로 끌려간 돼지

 

김충규

 

 

냇가로 끌려가면서 돼지는 똥을 쌌다

제 주검을 눈치챈 돼지는

아직 익지 않은 똥을 수레 위에 무더기로 쌌다

콧김을 푹푹 내쉬며 꿀꿀거렸다

입가에는 거품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늘은 창자처럼 붉었다

내일 있을 동네 잔치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돼지가 냇가에 도착했을 때

거기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은

숫돌을 갈고 있는 칼이었다

칼이 시퍼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체념한 듯 돼지는 사람들을 둘러본 뒤에

씩 웃었다 그 순간, 쑥 들어오는 칼을

돼지의 멱은 더운 피로 어루만졌다

 

 

 

- 시집그녀가 내 멍을 핥을 때 (문학동네,2003)

 

 --------

  딱히 놀이시절도 없던 시절 예전엔 천렵도 많이 했었다. 돼지는 잔칫날 아니면 잡지 않기에 냇가에 나가서 닭을 잡아 육개장을 해먹기도 했었다. 지금껏 닭을 한번 잡아보지 못한 나지만 지난 그 어느 날 나도 그 무리에 끼여서 냇가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도착해보니 흐르는 물을 배경으로 누군가가 이미 닭 두마리의 목을 따 놓았다. 그런데 거기서 아연한 풍경을 보았다. 암탉은 목에 칼침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수탉은 허연 눈동자를 뒤집어쓰고 두 다리 꼿꼿이 서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잡은 사람이 죽은 줄 알고 피가 빠지라고 놔 둔 모양이다. 그 닭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배가 고프면 또 먹게 된다.  

 

  시처럼 저런 풍경을 대하면 입맛이 싹 가시고 그 순간은 식욕도 사라지고 먹을 생각도 없어진다. 풀뿌리도 생명체로 보면 이 세상 먹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어쩌랴, 살아있는 게 죄를 짓는 게 아니런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35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5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6-30
134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 12-27
133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1 06-11
1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1 12-16
131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1 12-16
13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12-13
12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0 11-06
12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0 10-15
12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0 0 10-12
12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8 0 10-08
12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09-26
12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0 09-19
123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0 09-16
12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09-11
12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09-08
12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09-07
11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 09-04
11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09-02
11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08-31
11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08-26
11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0 0 08-24
11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08-21
113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 08-19
11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8-14
11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0 07-09
11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0 07-02
10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 07-01
10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0 06-26
10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 06-09
10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0 0 06-06
10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0 06-01
10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 05-29
103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0 05-28
10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 05-25
10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3 0 05-21
10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6 0 05-15
열람중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05-01
9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0 04-29
9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04-23
9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0 04-22
9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04-17
9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04-16
93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0 04-15
9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 04-14
9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8 0 04-10
9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 04-09
8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0 04-02
8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3-18
8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 03-14
8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0 03-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