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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개미 / 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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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0회 작성일 20-06-01 06:53

본문

개미 / 이경림


첫 새벽,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보았다

어떤 묵언처럼

곰곰 지나가는 당신을


문득 달려든 형광 빛도

천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 시선도

상관없다는 듯 그저

가지런한 속도로 가고 계셨다


형용을 알 수 없는 쬐그만 얼굴로

털실 보푸라기 같은 다리로

끊어질 듯 가는 허리로

집채만한 허공을 지시고


거대한 식탁 다리를 지나

의자 다리를 돌아

내용 없는 상자의 긴 모퉁이를 돌아

바짝 마른 걸레 위 울퉁불퉁한 길을 힘차게 지나

얽힌 전선들 사이로 난 끈적한 길을

다만 지나가고 계셨다


발자국 소리 하나 없었다

한 번 뒤돌아본 일도 없었다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 길이셨는지

눈 깜박할 사이 거대한 은빛 냉장고 밑으로 사라지셨다


잠결이었다

오줌 누러 갔다 오는 몇 발짝 사이

어떤 미친 시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으로

달려가는 사이

글쎄 백년이 지나갔다고!


* 이경림 :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1989년 <문학과 비평>당선, 2018년 제16회

            애지문학상 수상 외, 시집 <급! 고독> 등 다수


< 소 감 >

내러티브를 읽으면서 초라한 느낌이들면서 미국 과학자 앤 드루얀의 작품 코스모스(질서와조화가 

있는 우주)가 떠올랐다. 작품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138억년 전에 대폭발(빅뱅)로 대우주가 탄생했으며 이후 긴 시간이 흐르면서

은하계가 탄생하고 은하에서 태양계와 위성들이 차례로 탄생했으며 드디어 지금으로부터 46억년 

전에 지구가 탄생했던 것이다

또 시간은 흘러서 지구는 22억년 전에 빙하기가 도래하여 약 2억년쯤 이어지다가 화산 폭발로 해빙기가 

왔다가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고 또 해빙기가 도래하면서 지질학적으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차례로 

거치면서 지금으로부터 20만년 전쯤에 호머사피언스(현생인류)가 탄생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장엄하고 웅장하게 돌아가는 대우주의 굉음소리가 눈 앞에서 막 들리는 듯한데,


- 어떤 미친 시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으로 / 달려가는 사이

- 글쎄 백년이 지났다고!


그까짓 하루살이만도 못한 세월 백년, 눈 깜짝할 사이 번갯불 한 번 번쩍이는 찰나  그 찰나를 살아보시겠다고 

개미는 오늘도 거대한 식탁 다리를 지나 / 의자 다리를 돌아 가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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