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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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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7회 작성일 15-08-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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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고 체중계에 올라가도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영혼에도 무게가 있다면
대지는 오래전에 가라앉았겠지

꿈속에서 많이 운 날은 날이 밝아도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눈 속에 눈동자가 없는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부목을 대고 굳은 무릎으로 여기에 왔다
목소리 위에 목소리가 쌓인다
우리는 각자의 목에 돌을 하나씩 매달고
목소리의 탑을 쌓는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던
시계방에 걸린 수많은 시계들이 한꺼번에 울린다
우리가 한꺼번에 울면 해수면이 조금은 올라가겠지

우리의 목소리는 쌓이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우리의 탑은 하늘을 향해 자라는 것이 아니다 지하를 향해 깊어지는 것이었다

젖은 영혼들이 물의 게단을 밟고 걸어 올라온다
어두운 나선의 계단을 딛고 올라오는, 일렁이는 촛불의 빛무리
귓속에 검은 물이 들어차고
우리는 목소리의 동굴이 되어간다

망원경으로 적국의 시가지가 폭격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이스라엘 시민들
그들에게 시온은 얼마나 튼튼한 요새인가 우리의 심장은
파쇄기에 갈아버린 공문서처럼 조각난다
부서진 빛들이 노래가 되고
부서진 울음들이 물비늘이 된다

우리는 목에 더 무거워진 돌을 매달고 흩어진다
다른 말과 다른 낱말을 가지고 다시 여기에 모이기 위해

* 신철규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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