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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게가 도솔천인가 /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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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0회 작성일 20-07-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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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게가 도솔천인가


문성해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 흰 개 할 것 없이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꾸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스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제1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작, 1999]

 

 

-----------
  십 년쯤 넘었는가. 모임에서 야유회를 간다고 연락이 왔다. 포천 어느 골짜기로 간다고 한다. 그곳은 개고기를 사와서 파는 곳이 아니라 며칠 날 몇 시에 간다고 주문을 하면 당일 개를 잡아서 삶아주는 곳이라고 했다.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은 토종닭을 잡아서 즉석에서 해준다고 한다. 개고기를 안 먹는 나를 의식해서 하는 말이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따라가 보았다.


  개울이 흐르고 고추, 옥수수를 심어놓은 밭가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한참 지나 도착을 하니 상이 이제나저제나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은 손을 흔들어 장작불 연기를 쫓아내다가 들어오는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몇 몇은 단골손님인지 의레적인 인사가 오가고 곧 이어 큼직하게 토막낸 개고기들이 상 옆에서 썰어 지고 있는데 그새를 못 참은 일행 중 한 명이 썰어놓은 고기 한 점을 손으로 집어들더니 들깨를 뿌려놓은 된장소스에 푹 찍어 입으로 넣고 있었다.


  남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상에 앉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서 있던 나는 개 잡아 삶느라고 닭백숙은 아직 준비를 못했다는 주인의 말을 흘러들으며 주위나 돌아보려고 나왔다. 주인이 사는 집을 두고 옆과 뒤로 개사육장이 있었는데 갇혀 있는 개들은 저들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낯선 객을 짖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기지도 않으며 순종하듯 귀를 뒤로 하며 철창사이로 코를 내밀어 냄새로서 낌새를 알아채려는지 킁킁거리고 있었다. 한 사육장 안에 서너 마리씩 넣어 놓았는데 대충 세워보니 백 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한바퀴 돌고 나서 닭백숙을 앞에 놓고 혼자 앉았다. 아침도 안 먹고 나섰지만 시장기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닭다리를 떼어내 소금을 찍어 입으로 넣어보지만 평소에 먹던 백숙맛이 나지도 않았다. 급히 삶느라 그랬는지 토종닭이어서 그런지 뼈는 억셌고 말갛게 조금 우려나온 국물이 대파 사이로 둥둥 떠 있었는데 국물을 떠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렇게 입맛이 당기지 않는 것은 개고기에 대한 편견도 있었지만 조금 전에 목에 칼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닭을 본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먹는 둥 마는 둥 일어서서 다시 나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포천에서 살고 있지만 경상도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먹고살기 위해 이 짓을 하고 있지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른 사람한테 팔은 개가 마루 밑에 있다가 나와 아주머니를 보더니 반갑다고 겅중겅중 뛰며 허리께로 매달리더란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묶어 놓지도 않았는데 개는 제 집을 찾아 온듯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았고 아니나다를까 예감은 적중하여 정오쯤 지나 개를 사간 사람이 와서 묻더란다. 복날 잡아먹으려고 묶어놓았는데 끈을 풀고 개가 도망을 갔다는 것인데 혹시나 해서 한번 와 보았다고...


  순간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양심상 마루 밑에 숨어 있는 개를 불러내어 목줄을 매어 건네주었는데 안 가려고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끌며 끌려가는 개를 보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사람으로서 참 못할 짓을 했다 싶어 그만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에 너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대신 내가 개로 태어 날란다며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돈을 도로 내 줄걸 하며 말끝을 흐리며 돌아서는 아주머니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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