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별 금지구역 / 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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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20-07-13 04:45본문
푸른별 금지구역 / 김사리
눈을 감는다
숲은 과거에서 길을 빌려 미래로 다리를 놓는다
주소가 사라진 그 별로 가고 있어
발이 향하는 방향은 어둠뿐
과거에서 온 나는 현재에서 길을 헤맨다
빛은 어느새 현란한 불빛으로 바뀌어
뒤틀린 환상의 뼈들은 흔들리는 세상의 침묵
입은 혀를 길게 뽑아 하늘로 레일을 놓는다
혀를 날름이며 여기가 허공의 숲이야
네 소원대로
가공된 이곳에는 우리 둘뿐
화석이 되지 못한 소름만 빼면 무엇이든 가능한
잠 속의 잠이야
깨어나면 허상을 버린 몸이 낙엽처럼 쌓여있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 있어야 할까
내가 내린 폐허는 금지구역
바람이 멈추면 사라지는 사람들
라플레시아를 머리에 꽂은 여기에서 나는 나다
바람처럼 달여오는 잠을 타고 놀것이다
별들이 하나 둘씩 눈을 감는 구역
미래는 이미 살아본 그 별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 김사리 : 1968년 경남 밀양 출생, 201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 소 감 >
현실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가는 평범한 흐름 속인데
이미지 폭이 넓고 깊어 독자는 방향감각을 잃고 번쩍이는 환상 속을 헤맨다
- 혀를 날름이며 여기가 허공의 숲이야
- 가공된 이곳에는 우리 둘뿐
죽음과 삶은 한통 속인데 발걸음은 숲속 길을 잃고 허덕인다
아마도 이곳은 아담과 이브와 뱀이 사는 천지창조 속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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