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혹은 크레바스 / 김인자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늪, 혹은 크레바스 / 김인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1회 작성일 20-08-03 05:47

본문

늪, 혹은 크레바스 / 김인자 


한 달 전에 보낸 소식을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늪, 혹은 크레바스

이런 생각은 일상의 틈으로 들어와 

부피를 늘리더니 마침내

덩치를 키워 줄기와 뿌리를 내렸다

내 영혼의 크레바스는 얼마나 깊을까

어두울까 차갑고 외로울까

나는 하늘로 닿을 사다리를 마련하고

네 심연을 향해 청동화로를 등에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간다

어둠이 짙을수록

손가락 발가락은 둔중해진다

암흑의 핵심을 떠올릴 즈음

나의 등허리엔 타투보다 깊고 선명한 화인

네가, 못 박힌다

단단히 얼어붙은 네 겨울의 피와 근육이

내 마음의 청동화로로 녹일 수 있기를,

지상에는 붉은 갈색을 지나

모든 것이 하얗게 잘 익은

서설이 내리는 완벽한 날

한 줄기 햇살이 내 심장을 비추는 환영을 본다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끄는 힘

내겐 여전히 네가 우선이다

지면서도, 아니 질 수 있어서

충분히 행복했던 나는

청동화로의 불씨가 꺼지기 전

너를 안고 천천히 하늘로 나른다


* 김인자 : 1955년 강원 삼척 출생, 1989년<현대시학> 등단

            시집 <겨울 판화> 등 다수


< 소 감 >


늪처럼 절망적이고 크레바스처럼 차가운 네 마음을 향해 더듬더듬 

힘껏 돌진한다 

어느 시인의 시에 "너와 나는 서로가 외로운 섬이다" 란 구절이 있다 

눈보라를 이기고 파도를 헤치고 노저어 가야하는 좀처럼 닿기 힘든 섬

너를 향한 나의 의지와 신념과 집념은 가슴 벅차도록 눈물겨워서 

크레바스처럼 차갑고 어두운 네 심연 녹이기 위해 청동화로 걸머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사다리를 내려간다


한 인간을 향한 한 인간의 집념이 타는 불꽃처럼 강한 비유로 형상 되면서 

번개 같이 번쩍이는 이미지가 문신처럼 화인처럼 독자의 마음 속에 못 박힌다

                         

                    * 


파닥이며 일렁이며 빙- 빙- 호숫가를 

돌고 있는 백조여,

열 아홉 살 옛 누이를 꼭 닮았구나

어렴풋이 뒤안길 돌아서는 뒷모습은

긴 세월 저미어오던 아픔 이었고

오롯이 떠오르는 해맑은 웃음은

잊고 싶은 먼 옛날의 그리움 이었다

그리움도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워서

누이가 두드리던 아득한 피아노 소리는

흰빛 너울로 자꾸 번져오는데

황홀경에 빠진 나비는 더 견디지 못하고

하얗게 무너져 내린다

나뭇가지에 서린 눈망울마다 얼비친 그림자는

소록소록 꿈길마다 찾아오던 하얀 발걸음은 

너였구나,

                         - 졸작, 눈꽃 중에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6건 4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16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09-17
211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3 0 09-16
2114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0 09-14
2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09-14
21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4 0 09-14
2111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1 0 09-12
2110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0 0 09-11
210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8 0 09-11
210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3 0 09-09
210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09-08
2106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8 0 09-08
210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0 09-08
210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09-07
21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4 0 09-07
210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0 09-06
2101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 09-06
2100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09-04
209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 09-04
209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9-04
20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0 09-04
209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09-02
2095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3 0 09-01
20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0 09-01
2093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1 08-31
209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08-31
20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 08-31
2090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 08-30
2089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0 1 08-28
208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3 0 08-27
208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08-26
2086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2 08-25
208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9 0 08-24
20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 08-24
20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08-24
208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08-21
2081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3 2 08-21
208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 08-19
2079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0 08-19
207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1 08-18
207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 08-17
20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1 08-17
2075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0 08-16
207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 08-14
2073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1 08-12
207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0 08-11
20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0 08-11
207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 08-10
2069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2 08-09
20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1 08-07
206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08-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