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북(鼓) / 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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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20-08-24 02:05본문
물의 북(鼓) / 전결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떠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集中)
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것은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으로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이 결 한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이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리고 있다
* 2017년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 소 감 >
집중이 말아쥔 울림이 온 세상 흔들며 무겁게 무겁게 번지고 있다
둥둥 벌레 한 마리가 두드리는 물의 북소리는 물의 고요를 넘어서
숲의 적막을 헤치고 독자의 심상 속 깊숙히 울려 퍼지고 있는데,
소금쟁이 저 북소리는
물동그라미 그리면서 안테나처럼 나이테처럼 번지고 번져 밤 하늘
반짝이는 별나라까지 아득히 울리리
소금쟁이 저 북소리는
내가 부르는 노랫소리 싣고서 영산 바람 타고 세월강 건너간 누이 가슴
속에 한 송이 목화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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