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이재무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감자꽃 /이재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3회 작성일 20-08-24 18:15

본문

감자꽃

 

이재무


 

차라리 피지나 말걸 감자꽃

꽃피어 더욱 서러운 女子

자주색 고름 물어뜯으며 눈으로 웃고

마음으론 울고 있구나 향기는,

저 건너 마을 장다리꽃 만나고 온

건달 같은 바람에게 다 앗겨버리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비탈

오지에 서서 해종일 누구를 기다리는가

세상의 모든 꽃들 생산에 저리 분주하고

눈부신 생의 환희 앓고 있는데

불임의 女子, 내 길고긴 여정의

모퉁이에서 때묻은 발목 잡고

퍼런 젊음이 분하고 억울해서 우는

女子, 노을 속 찬란한 비애여

차라리 피지나 말걸, 감자꽃

꽃피어 더욱 서러운 女子

 

 


-시집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감자는 밀과 벼,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7천 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를 시작했고 남미 원주민들에게 주식이었다고 한다. 그런 감자가 유럽으로 건너갔을 때에는 남미 원주민들 미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있어 널리 보급되지를 못했다고 한다. 감자 생김새 또한 울퉁불퉁한 것이 나병을 일으킨다는 말이 퍼지면서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감자가 귀족들의 정원에서 사랑받는 작물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최음제라는 잘못된 오해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감자는 구근식물로서 초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지만 유럽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이 감자였다고 한다. 감자는 구황식물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가뭄으로 기근이 들 때도 사람들을 굶어죽지 않게 하고 18세기 이후 지구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한 것도 이 감자의 힘이라고 한다.

 

  감자의 종류는 많지만 주로 흰감자, 홍감자, 보라(자주)감자로 분류한다고 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나는 창문만 열면 보이는 텃밭에서 늘 아버지가 심은 감자를 보면서 자랐다. 요즘은 흰감자가 대부분이지만 그때만 해도 자주색 감자가 많았다. 흰감자보다 맛은 아렸지만 꽃은 보라색 꽃이 피어 보기가 좋았다.

 

   강원도 감자바위라는 말처럼 감자꽃은 많이 보았다. 그런데 올해 감자 열매를 처음 보았다. 저 뿐 아니라 아마도 감자 열매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가는 길목 동네 화단에서 감자 흰꽃이 핀 것을 보았는데 그 감자꽃에 덜 익은 토마토 같은 녹색이 달려 있었다. 방울토마토인가 싶어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아니 분명 감자줄기에 달려 있었다.

 

    많이 다들 아는 것처럼 감자는 씨앗을 심지 않고 감자 눈이라는 곳을 칼로 도려내어 씨감자를 재배를 하는데 감자 열매라니...생전 처음 보는 감자 열매라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꽃이 피면 열매가 맺는다는 단순 진리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속에 무려 100~300개의 씨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럼 왜 감자는 씨로 파종을 하지 않고 씨감자를 사용할까...씨감자를 심으면 종자 크기도 커지고 크기도 균일해져 수확량이 많은데 씨로 뿌리면 콩알부터 엄지손톱 정도로 작은데다 크기도 천차만별이라 상품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꽃을 피워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감자꽃은 슬프다. 이재무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임의 여자 석녀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처음 안 것은 아주 오래전 인터넷 이재무 시인의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예제 시로 소개하는 데서 처음 알았다. 지금은 인문학 사이트 아트앤스터디이지만 그 때는 이름이 달라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도 이재무 시인의 동영상 강좌를 비롯해 여러 시인들의 강좌가 등록되어 있는데 그때 이재무 시인의 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시의 기초와 시는 발견이라는 것과 낯선 사물의 이질적인 비유를 비롯해서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 최상급의 언어 등 시에 대해 많을 것을 배웠다.

 

      이 감자 시 또한 감자꽃을 불임의 여자로 본 데서 시의 잉태가 시작된 것이다. 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다른 사물을 대상으로 비유로 쓸 때 시를 읽는 맛이 더욱 좋아진다. 좋은 시는 이렇게 발견의 미학이 있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32 1 07-07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 0 01:35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2
48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10
48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4-08
48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4-06
48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05
48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