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새 / 고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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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6회 작성일 20-09-04 04:26본문
자정의 새 / 고주희
빨려들어간다 검은 폭죽 속으로
녹슨 말들이 불의 중량을 다룰 때
던져지는 바닥과 지속되는 피투성이 얼굴
단호하게 말하는 법을 익히고
반복되는 키스로 결핍을 잉태하며
칠흑 같은 인사를 나눌 때
빨려들어간다 누군가 툭, 떨어뜨린 웃음소리
고작 일주일도 견디지 못한 벚꽃처럼
밤의 침상 위로 흩어지는 깃털들
이제 그만 접자니
결말이 안 나는 것처럼 지독한 게 없다고
비좁고 어두운 터널만을 건너온 두 손이
기어이 내 얼굴을 감싸 쥘 때
지탱했던 말 사이의 간격 같은 것들이 무너진다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들키지 않았더라면
붉게 점멸하는 새의 눈을 연습하면
굉음을 내며 비상하는 묵직한 심장 하나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사라질 수 있을까
* 고주희 : 1976년 제주 출생, 2015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 소 감 >
코로나19가 덮쳤다 봄부터 지금까지 깜깜한 어둠 속이다
빨려 들어간다 블랙홀 속으로 세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호머샤피언스도 크로마뇽도 아닌 마스크맨이
새로운 족속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마스크맨이 아니면
사람도 못된다
나는 너를 바라보면 안돼
너도 나를 바라보면 안돼
흩어지는 것만이 단합하는 거야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순전히 사기입니다"
곧 터질 것 같은 울분을 꿀꺽꿀꺽 삼키는 괴물 앞으로
파리 떼들이 꾸역꾸역 모여 윙윙 거린다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징그러운 이밤
자정의 새 한 마리 꼴깍 마른침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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