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초 /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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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8회 작성일 20-09-11 09:10본문
땡초
정윤천
대장질을 놓던 절간 안으로는 멀리 가까이의 지
인들 국밥집 숟갈들처럼 긁어모으더니 산중 음악회
는 노래자랑 물색으로 지나갔거니 법당 안에 군용
담요는 내무반 모양새로 열 지어 놓았거니 뒤풀이
주전자로는 눈길 돌리지도 않았거니 부처님께는 하
룻밤만 그만 넘어가 주시라는 청탁은 야무지게 넣
어 주었거니
절하고 내려가는가 싶더니
이튿날 공양간에서 마주친 그는 자신도 울력했
다는 채마밭의 애새끼들 자지만 한 고추 한입 된장
에 찍어 가져가다 말고
그래도 이거 땡초여 그런다.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2019년 6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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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1960년 전남 화순 출생. 1990년〈무등일보〉신춘문예, 1991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흰 길이 떠올랐다』『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구석』 『발해로 가는 저녁』 등.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
* 내가 읽은 정윤천
전라도 근동에서는 그를 땡초,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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