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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숲길에서/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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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9회 작성일 20-12-03 09:46

본문

동백숲길에서




노향림




아름드리 동백숲길에 서서

그 이름 기억나지 않으면

봄까지 기다리세요.


발갛게 달군 잉걸불 꽃들이

사방에서 지펴진다면

알전구처럼 밝혀준다면


그 길

미로처럼 얽혀 있어도


섧디설운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돌아오겠지요.



- 시집 <푸른 편지>에서, 2019 -




* 기억이 없다는 건 존재가 없다는 것, 

  하염없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시인은 기다리라고 한다.

  봄이 오면, 불빛 같은 꽃들이 다시 오면,

  그대의 이름과 그대의 기억이 돌아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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