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선생의 틀니/정호승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황순원 선생의 틀니/정호승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8회 작성일 21-01-14 19:26

본문

황순원 선생의 틀니 





정호승 





황순원 선생님 단고기를 잡수셨다

진달래 꽃잎 같은 틀니를 끼고

단고기 무침이 왜 이리 질기냐고

틀니를 끼면 행복도 처참할 때가 있다고

천천히 술잔을 들며 말씀하셨다


아줌마, 배바지 좀 연한 것으로 주세요

우리들은 선생님의 틀니를 위해

일제히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황선생님만큼은 틀니 낀 인생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술을 마셨다


틀니를 끼면 인생은 빠르다

틀니를 끼면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틀니를 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의

덜미를 잡히기 시작한다

틀니를 끼는 순간부터 인간은

육체에게 비굴해진다


서울대입구 지하철역

경성단고기집을 나오자 봄비가 내렸다

황선생님을 모시고 우리들은 어둠속에서

밖을 향해 계속 길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틀니를 끼고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욱 두려워


더러는 지하철을 타고 가고

더러는 택시를 타고 가고

더러는 걸어서 가고

평생에 소나기 몇 차례 지나간

스승의 발걸음만 비에 젖었다



-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서, 1997 -





*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 세 작가의 세 소설을 읽고 우리나라도 이만한 작품이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내 청춘의 불꽃 같았던 작품들을 선사한 이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그런데, 이런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니, 거기다가 함께 음식을 나눈다니,

  시인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것이리라.

  덤으로 함께 소나기를 맞으면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39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0 02-10
22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02-10
2268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02-10
22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 02-09
2266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0 02-09
2265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0 02-09
22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5 1 02-08
22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02-08
22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0 02-07
22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0 02-06
226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0 02-05
22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1 0 02-04
22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0 02-04
22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1 0 02-03
22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0 02-02
22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 02-01
22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 02-01
22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0 01-31
22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0 01-29
22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1-28
22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 01-27
22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7 0 01-26
224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 01-25
22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9 0 01-25
22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 01-24
22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 01-23
22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0 01-22
22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01-21
22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 1 01-21
22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01-20
224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1 01-20
22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0 01-19
2238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 01-18
223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6 0 01-18
22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01-18
22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0 01-17
223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01-16
22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01-16
223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1-15
223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1-15
22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 0 01-15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0 01-14
222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0 01-13
222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01-12
222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1-11
22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01-11
222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01-11
222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 01-10
222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0 01-09
222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 01-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