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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 마음/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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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4회 작성일 21-01-16 14:21

본문

죄송한 마음 




황인찬 





지난겨울에는

많이 슬펐습니다


식은 밥을

미역국에 말아 먹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는 자주 헷갈립니다


숟가락에 붙어버린 미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으로 떼어 먹으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국물에 풀어버려야 하는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


오늘은 모처럼 일찍 눈을 떴습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미역은 생각보다

더 많이 불어납니다


물기를 짜낼 때는

어쩐지 서글퍼지지만


저는 종종 믿을 수 없습니다


저기 눈 속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인생이 있군요


제가 모르는 새에 태어나


또 모르는 새에 죽어버리는 것이군요


부엌에는 저 혼자뿐입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흰쌀이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겨울에는

많이 슬펐습니다


친척의 별장에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달리 말하지 않겠습니다


슬픔은 인생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그런 말을 책에서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슬픔의 친척이 되는 것이겠지요


친척에 대해 생각하면 

어쩐지 죄송해지는군요


증기 배출이 시작된다고

모르는 여자가 말해줍니다


아침은 흰쌀밥과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입니다

흰쌀밥에 미역국은 아주 맛있고 매우 뜨겁습니다


너무 뜨거워서 잠시 식게 둔 것이

어느새 완전히 식어버렸군요


허옇게 굳은 기름이

국물  위에 떠 있습니다


더이상은 슬퍼지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2019 -






* 어려운 단어 하나 없고 어려운 내용 하나 없는데 시는 어렵다.

  어려워서 어려운 게 아니라 그렇게 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렵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내 친척 같은 슬픔을 슬퍼하지 않았던 것들에게.

  내 소소한 미역국과 흰 쌀밥 앞에 무심했던 날들에게.

  너무 어려운 말들로 포장했던 내 모르는 새에 지나갔던 죽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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