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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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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53회 작성일 21-01-18 17:55

본문

늙은 사람 




기형도 





그는 쉽게 들켜버린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는 앉아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핥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내가 아직 한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걸음도

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

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으로는 쉴새 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체 속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1991 -





* 늙은이는 머리가 허옇게 센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이 허옇게 센 사람이 늙은이다.

 나의 세계를 지키려는 자는 그를 경계하고 혐오해야 한다.

 좋은 시를 읽는 이유는 나의 세계를 아름답게 지키고 가꾸기 위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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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형도 .. 그 젊은 나이에 노인의 외관과 내면을
이렇게 예리하게 관찰하여 묘사해 낼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운 일입니다.
더 살았더라면 좋은 시들을 더 많이 남겼을 텐데
참 아까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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