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고 - 허락에 대하여/ 정와연 외 2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평론)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고 - 허락에 대하여/ 정와연 외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63회 작성일 21-01-20 10:23

본문

[평론)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고


- 김부회 시인, 평론가



* 허락에 대하여 / 정와연

* 걱정의 유통기한 / 고우리

* 살얼음 / 김네잎



  신축년의 새해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불과 1/12이 지난 것인데 벌써 2021.12.31.일을 걱정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2020.12.31.일에서 멈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공유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은 측량기준에서는 같을지 몰라도 느낌 기준으로는 분명하게 다른 별개의 것들이다. 정오 12시는 나의 것이면서도 이상 시인의 날개에서와같이 전혀 다른 개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시각, 아프리카 어디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호르무즈 해협 어디에서는 인질과 위협이라는 국가주의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별들은 늘 같은 밝기로 빛나고 있지만, 그 빛나는 별 중의 어떤 별은 이미 사망하여 백색왜성이 되었거나 블랙홀로 변했거나 별의 수명을 다하고 있거나 한다. 다만, 내 눈에 보이는 빛의 도달속도에 따라 별은 존재로 인식되는 것일 뿐, 우리는 별의 지금을 전혀 모른다. 빛이 내게 도달하는 속도와 시간에 따라 이미 소멸했거나 존재한다는 것의 아이러니한 결론이 현재라는 말이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와 지금을 모두 포용하고 그 반죽을 조금씩 떼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수제비가 되는, 장미가 마시면 장미꽃을 피우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신축년 새해에 대해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것은 한 달이 지났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장미인가? 뱀인가? 그 선택의 결말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꽃을 피우든, 독을 만들든, 결국 내 몫이라는 말이다. 한 달을 그저 보낸 것도 나, 한 달을 다음 한 달에 대한 지렛대로 삼은 것도 나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여전히 신년에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고 있다면 더 박차를 가할 때가 지금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는 대단히 유용한 말이다. 2021년을 불러야 한다. 쉼 없이 자각하고 쉼 없이 불러주어야 나의 해가 될 수 있다. 가는 듯 마는 듯, 코로나 블루와 레드라는 당혹한 색감에 취해 무기력한 시간을 선택한다면 뱀이다. 블루와 레드에 대항하여 쉼 없는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면 장미다. 별을 본다는 것은 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그 배경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맹신에 확신을 갖는 일이다. 의심이며 경계다. 결국, 모든 것의 시발점과 소멸점은 ‘나’이며 나로 인해 빚어지는 ‘他’라는 허상의 구성이다. 他였던 것을 ‘나’로 인식하기까지 자연법칙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하고 자존적인 시각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때가 지금이다.


  시가 그렇다. 흔히 하는 말로 경계 너머의 것을 보는 것과 경계만 보는 것을 시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경계 너머의 것을 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할 일은 경계를 제대로 보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가장 기본은 현상을 현상대로 보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꽃을 보고 꽃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있어야 꽃이 내게로 온다. 내게로 온 꽃은 온갖 상상의 소재가 된다. 꽃은 뱀이 될 수 있고, 우주가 될 수 있고, 별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라는 장르가 가진 애매한 속성이 정의된다.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보이는 것의 뒤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정의를 공식화할 수 없다. 마치, 인수분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삼각함수를 논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인수분해와 삼각함수는 동일하지 않다. 별개의 공간이다. 하지만 인수분해에서 출발해야 삼각함수의 싸인과 코 싸인 등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시를 쓰다 보면 종종 많은 부분에서 자아의 충돌이 일어난다. (어려운 말로 자아의 충돌이지만 결국, 쉽게? 어렵게? 에 대한 문제다.)自我의 속성은 憍慢이다. 자아의 형성과정인 나라는 자존적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자존에 대한 속성으로 범위를 확장해 보면 결국 남은 것은 비교다. 자존이라는 것이 본디 누구와 비교해서 내가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시에서 말하는 쉽게 혹은 어렵게 하는 말의 시작은 비교다. 사람은 누구나 동일한 몇가지가 존재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주변의 누군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위로가 된다. 나도 없지만 저 사람도 없는데 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나도 없지만, 저 사람은 더 없다는 생각으로 자존감을 증폭한다. 저 사람도 어렵게 쓰는데 나도 어렵게 써야지 하는 생각을 무의식으로 하게 된다. 이미 경계 이전의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경계 너머의 것을 배경으로 작품을 빚은 것의 겉을 보고 자신이 쓴 경계 너머의 것에 으쓱한다. 마치 뭔가 쓰고 나면 이미 모두 꽃이 되었다는 슬픈 착각이다. 불편한 말이지만 우리말에 (싸지른다)라는 말이 있다. 함부로 지른다는 해석이 되어있다. 국어사전에. 어쩌면 우리가 경계 너머라고 글의 어떤 부분은 싸지른다에 포함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흉내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시는 고행이며 수도의 산물이다. 동안거와 하안거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시라는 작품이다. 혹자는 시가 짧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를 시작했다고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짧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없는 것이 시다. 동안거, 하안거 말을 쉽게 한다. 정작 동안거, 하안거를 거치 사람의 말과 보기만 하거나 듣기만 한 사람의 말은 분명 다르다. 성철 스님이 면벽 칠 년은 성철 스님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을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말이 가진 깊이는 면벽 칠 년을 거친 사람이 느끼는 깊이와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면벽 칠 년을 한 것과 같은 흉내를 낸다. 필자 역시 그렇다. 간접을 직접으로 인용하며 글을 쓴다. 간접과 직접 사이의 간극은 잴 수 없는 거리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면벽 칠 년을 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시를 쓸 수 있을까? 핵심은 근접이다. 흉내가 아닌,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설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어렵게 쓰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달의 소제목을 생각하다. 어느 영화의 대사가 문득 생각났다. 주인공은 스스로 어렵지 않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청중들이 못 알아듣는 것에 당혹해할 때 옆 사람이 이야기했다.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다. 둘의 차이다. (너무)라는 말이다. 어려운 것은 공감하지만 너무 어려운 것은 공감조차 어렵다는 말이다. 혹, 우리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 (화자)는 어렵게까지는 인지하고 작품을 썼는데 독자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것이 되었을 때의 차이, 간극, 소통, 이해, 인지, 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것을 어렵게라는 것으로 수위조절을 잘해야 한다. 어려운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너무 어려운 것은 보기도 싫다. 요즘 시단의 문제 중 하나일 수 있다. 전위라는 이름으로,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하이퍼라는 이름으로 문단에 주제와 소재와 구성을 던지는 것은 발전적인 진화의 과정일 수 있겠다. 하지만 발전이 아닌, 일종의 바이러스 化 한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적절하게 풀어주어야 시라는 카테고리가 살아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바이러스 化 라고 하는 일반적인 필자의 인식부터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대중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가 대중성(populism)을 반드시 가져야 할 필요는 분명히 없다. 동시에 대중성을 가져야 할 이유도 반드시 있다. 읽어준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의 차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다. 시를 읽어주는 사회가 아닌, 시를 읽는 사회가 되는 것이 맞다. 읽어주는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는 너무 어려운 게 있고다. 읽는다는 것은 어렵게라는 말과 부분집합 내지는 교집합의 범위를 갖고 있다. 간혹 우리는 너무 어려운 게라고 쓴 것을 어려운 게라고 스스로 등급 조정을 해 놓은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등급 심의 위원회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대중성이라는 것이며 배심원단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시라는 문학 장르는( 모든 문학 장르에 같은 공식을 붙일 이유는 없다. ) 소수 엘리트 집단이 아닌 다수 일반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시작해야 한다. 비록 고음의 처리 방식이나 성량과 음폭, 박자에 대한 관념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즐겁게 부를 수 있는 것이 (노래)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는 좋아한다. 가수가 아니어도 남녀노소 관계없이 듣거나 부를 수 있는 것이 노래다. 시가 그래야 한다. 시인의 작품이 노래라고 가정하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시를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역학적인 공통분모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도 기억나는 것은 짧은 한 줄의 문장이거나 공통의 향수를 자극했던 문장들이다. 혁신적이거나 아방가르드 한 문장은 잠시 반짝일 수 있거나 신선하거나 시선을 주목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오래 기억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시는 기록문이 아니다. 시는 감상문이다. 삶의 바로 앞에서, 삶의 바로 뒤에서, 옆에서, 주변에서, 이웃에서 기록되는 일상의 모든 것을 감상하고 정리하는 것이 어쩌면 시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라는 말은 대단히 중요한 말이다.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사람을 두루 가리키는 말, 누구나. 누구나 속에는 소수 엘리트 집단도 있을 것이며, 어제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두 달 사이에 아파트값이 두 배는 뛰어 기분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집 한 채 없이 월세를 전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시를 읽어주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모두 공존하는 곳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신년 호에서 언급한 올해는 제발 시를 쓰지 말고 읽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또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은 시를 쓰더라도 너무 어렵게 쓰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종종 항의를 듣곤 한다. (공부를 더 열심히, 시를 좀 더 이해하는 기술을 습득, 당신 공부가 부족한 것을 아시오,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말인지 등등의 말씀들이다.)그 말씀도 인정한다. 하지만 필자 역시 (누구나)에 해당하는 범부 내지는 필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탁하고 당부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피폐해진 삶이다. 이런 시국에 번역까지 해가며, 국어사전까지 찾아가며, 밑줄을 그으며 머리 아픈 해석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를 읽고 무릎을 치거나, 울컥하거나 잔잔한 감동에 아까 마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다거나 하면 그뿐이다. 만족한다. 물론 좋은 작품, 문학적 가치가 높은 고결 하고 위대한 작품들도 찬성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시의 독자 중 절반 이상은 우리네 평범한 이웃이다. 옆집 아저씨와 앞집 스무 살 아가씨도 포함된 주변이다. 너무 어려운 것은 어려운 대로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정도로 써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사는 일이 너무 어렵거든요. 너무 쉬우면 쉬운 대로 밍밍하니까요. 외곽부터 공략하여 내곽을 완성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냥 내곽부터 보여줄 수는 없나요? 형이상학도 멋집니다마는 형이하학으로 서명해 주시면 안 될는지요? 투습, 침습이 아닌 스며들다로 표현하면 어떨지요? 청각의 바깥이라는 표현보다는 귓가에 들리는 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요? 재즈는 가끔 들으면 재즈 같은데요 자주 들으면 재즈 같지가 않습니다. 물론, 아주 가끔 청각의 바깥이라는 표현도 신선하고 좋습니다. 자주 들으면 식상하지만요. 자주는 어렵겠지만 혼신의 힘을 기울여 아주 쉬운, 아주 맛깔나는, 아주 편안한, 아주 힐링이 되는, 아주 반성이 되는, 옆집 아저씨와 앞집 아가씨가 같이 울컥하는 울림을, 시인이 느낀 울림을 그냥 그대로 민낯으로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올해는 이렇게 당부드리고 싶다. 시는 전유물이면서 전유물이 아니기도 하다. 그것이 필자가 말하는 대중성이다.


  세 편의 작품을 선별했다. 필자가 소제목으로 정한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는 이라는 말 중에서 어려운 게라는 범주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누군가 김치를 담가 보내 주셨다. 다싯물이 있다. 베이스가 되는 국물이다. 북어. 황태. 양파. 보리새우. 파 뿌리. 양파 껍질, 무. 다시마. 밴댕이. 멸치. 표고 등등을 넣어 한참을 끓여 만든 다싯물이다. 갖은양념을 넣어 적당히 숙성한 후 보내주셨다. 포장을 뜯고 조금 잘라 맛을 보았다. 아삭한 배추가 씹힌다. 오래 묵은 깊은 맛이 난다. 시다. 시가 그런 것이다. 적당히 자른 배추에 고춧가루를 쓱쓱 문질러 놓은 것이 김치의 전부가 아니다. 정작 깊은 맛은 재료와 시간이다. 거기에 정성이 듬뿍이라면 최고의 김치다. 김치 담그듯 시를 쓰자. 겉절이는 가끔 먹고 싶다. 김치는 내년 이맘때쯤 꺼내 먹어도 맛있다. 속성이 아닌, 깊은 맛을 내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보낸다.


  첫 번째 소개할 작품은 정와연 시인의 (허락에 대하여)다. 허락은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준다는 밀이다.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쓰며 살았다. 정화연 시인의 눈을 (허락)이라는 단어의 반대편을 보았다. 거절이라는 말이다. 남의 제의나 요구, 금품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친다는 말이다. 거절이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 보니 허락이라는 말이 가진 내곽에 빚(채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허락을 바란다는 것은 빚진 일이 있다는 말로 명쾌하게 허락을 정의 내리고 시작하는 본문이 눈에 쑤욱 들어온다. 허락이 가진 관용과 포용의 배경을 침착하게 이끌러 내는 것이 신선하게 읽힌다.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읽게 되는 작품이다. 세상 모든 자연의 섭리와 그것을 신의 섭리로 인식하는 점도 새롭다. 결국 그 섭리는 우주를 지탱하는 회전축이 된다는 시인의 말속 배경에 잠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허락에서 시작한 빚의 확장은 빚지지 않아서 계절이라는 것으로 상상의 배경을 더 넓힌다. 사람 사는 일이 온통 빚투성이다. 허락을 받기까지 수많은 빚을 지고 산다는 것을, 그래서 죄의 길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를 발견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쉽게 읽힌다.


허락에 대하여


정와연


세상에는 허락과 거절의 축이 있고

그 축이 회전한다

허락을 바란다는 것은

빚진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지의 가을날

온화한 허락도 없이 풀씨들이 떨어지고

모과가 홍시가

뚝뚝 떨어질 리 없다


빚지지 않아서 계절이다

여름에 빚진 일로 쌀쌀한 한기를 느낀다

허락과 허락이 마을을 들락거리고

대답, 혹은 응답들이

또 빙긋이 꽃 없는 가을을 대신한다


끝없이 땅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하늘을 향해 가는 것

땅에 뿌리를 묻고 씨를 뿌려도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

걸어 다닌 씨앗들은

곳곳에 얼룩의 풍경을 만들고

그 얼룩이 세습되고 대물림되지만

그것들, 허락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죄의 길에서 갈팡질팡하다

겨우 거절의 축을 벗어나

허락의 축으로 기울어지는 발자국들

응답과 거절 사이에서

허덕이는 최후의 선회가 있다


꽃 없는 가을, 쌀쌀한 한기, 대답, 혹은 응답들이/ 이 지점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허락의 반대편인 거절이 아니라 허락의 배경이 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거절의 말속에 내포된 허락의 이유가 부정적인 문장을 통해 강조되는 것 같다. 허락해주는 입장이 아닌, 허락을 구하는 입장에서 서면 허락이라는 말이 용법이 자주 다르게 느껴진다. 허락의 주체가 내가 아닌, 내가 허락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떤 것에서, 어떤 이에게, 어떤 일들로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허락을 바란다는 것은

빚진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지의 가을날

온화한 허락도 없이 풀씨들이 떨어지고

모과가 홍시가

뚝뚝 떨어질 리 없다


우리는 풀씨들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도 했지만 허락하기도 했다. 더 멀리 나가면 풀씨들이 떨어지든 말든 이었다. 온화한 허락조차 용납하지 않고 사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모과와 홍시가 뚝뚝 떨어지면 홍시를 달게 먹고, 모과차를 끓여 마시기도 했다. 이 모든 자연의 섭리가 빚진 일 때문이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지게 된 빚, 금융권의 부채만 부채가 아니라는 말은 살면서 많은 것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 채무가 있다는 말이다. 모과나 홍시의 채무가 아닌, 우리의 채무에 대한 깊은 반성이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빚지지 않아서 계절이다


계절이라는 프레임에 빚지지 않아서라는 사유를 인용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삽입했다. 계절의 섭리다. 빚은 섭리가 우리에게 부담시킨 채무다. 가을이거나, 여름 이거나, 봄 이거나, 과연 우리는 계절이라는 채무를 감당하고 살았는지? 정화연의 작품이 좋은 이유가 그것이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당위성을 가득 담은 자신의 시선 그대로 보여주면서 조금씩 당위성의 경계 너머의 것을 풀어놓는 것이다. 시인이 풀어놓은 계절을, 빚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종착점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들허락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땅에 뿌리를 묻고 씨를 뿌려도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

걸어 다닌 씨앗들은

곳곳에 얼룩의 풍경을 만들고

그 얼룩이 세습되고 대물림되지만

그것들허락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누구도, 아무도 허락한 적이 없고 허락한 일이 없다. 하지만 씨앗과 식물과 꽃들과 꽃 없는 가을과 쌀쌀한 한기들이 만드는 풍경의 한쪽에 차려놓은 관용과 배려와 섭리의 문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들, 허락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하면서도 긍정의 행간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이 정와연 작품의 매력이다. 단호하지 않지만 단호하게 읽힌다면 성공이다. 마치 매운탕에 된장을 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죄의 길에서 갈팡질팡하다

겨우 거절의 축을 벗어나

허락의 축으로 기울어지는 발자국들

응답과 거절 사이에서

허덕이는 최후의 선회가 있다


선회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다. 태도나 주장이 다른 방향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허락이라는 단어와 허덕이라는 단어가 묘한 질감을 준다. 허덕이며 하는 허락과 허락하기 위해 허덕인다는 말의 묘한 오버랩은 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읽어주는 것이 아닌, 읽는 것에 주목하게 되면 허덕과 허락의 묘한 구도에 반응하게 된다. 그 교차점에 어렵게 와 더 어렵게 라는 구분 선이 그려지는 것이고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가 쉽다. 그래서 시가 어렵다. 응답과 거절 사이에서 허덕이는 최후의 선회가 여러 물상의 모습으로 인지되고 상상될 수 있기에 시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동질성을, 다양한 동질성을 부여받거나, 허락받거나,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재료가 가지는 성질의 차이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을 질감이라고 한다. 정와연 작품의 질감은 경계와 경계 너머의 것이 묘한 일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성찰이 숨어 있다. 우리는 오늘도 허락의 축으로 기울어지는 발자국을 찍으며 살고 있다. 때론 허덕이면서, 때론 갈팡질팡하면서. 오래 기억될 부분 하나를 소개한다.


겨우 거절의 축을 벗어나



두 번째 소개할 작품은 고우리 시인의 (걱정의 유통기한)이다. 시를 읽으며 걱정도 팔자라는 말과 걱정도 사서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우는 것을 걱정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아직 사건을 벌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잘못될까는 미래적인 시간개념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곧 그럴 것 같은 예지, 예단의 의미를 약간 내포한 말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가 2021.02월 현재 진행 중이다. 때론 확진자 수가 적어지다가도 늘어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코로나 증상이 감기 증상과 비슷하여 혹, 감기라도 걸리면 코로나가 아닌지 덜컥 의심하게 되는 의심병이 만연한 것 같다. 그 걱정이 포함한 의심이라는 지점에서 시는 출발했다. 시인이 코로나를 의식해서 시를 쓴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시국과 관련하여 한편 그렇게 읽히기도 한다. 유통기한이라는 단어를 자주 인용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떤 한계를 지닌 것들,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 것들에 대한 시인들의 관점에 사용하기 좋은 단어다. 보통 사물에 많이 붙이는 단어를 과감하게 걱정이라는 말에 붙여 사용한 것이 흥미롭다. 생각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계절에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네게도 내게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하는 식의 확장을 하게 만드는 말이다. 시는 결구부터 거꾸로 읽어도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2연을 따로 떼고 읽어도, 4연만 읽어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체득할 수 있다. 그 점이 장점이다. 공감의 큰 틀을 어디에나 장치해 두었기 때문에 가벼우면서 나름의 무게를 가진 점이 좋다. 필자는 글의 가벼움에 대한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단어 그대로 가볍다는 의미가 아닌,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가볍게 풀어놓은 것을 가볍다는 말로 정의했다. 무게가 아닌 깊이에 대한 정의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깊은 무게는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이 시가 가진 시만의 장점이다. 무게化라는 말과 깊이化 라는 말의 중간 지점을 가볍다라는 말로 치환하면 좋을 것 같다. 고우리의 작품이 정확하게 그 지점과 일치하는 것 같다. 유통기한이 지난 반창고와 걱정이라는 유통기한을 넘었는지, 진행 중인지,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를 나의 기우에 빗대 말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걱정의 유통기한


고우리


구급상자 속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로 붐빈다

유통기한이 까마득하게 멀어진 두통약

먹으면 금방 설사할 것 같은 지사제

반창고 몇 개 시체처럼 뒹군다

날짜 지난 알약을 움켜쥐고 들여다보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

머릿속을 쑤시고 돌아다니는 유통기한

오지 않은 감기에 뒷목을 잡고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는 체온계를 찾아

서랍을 뒤엎는다


덩그러니 살아남은 반창고를 본다

어디에도 쓸데없는 반창고를

두통에 붙여보고

가슴 빗장뼈 아래에 붙여본다


나는 한동안 아프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슨 통증일까


반듯하게 개켜 놓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 옆에서

바람에게 멱살 잡히듯 저녁에 대해 생각한다

이빨 빠진 유리컵이 햇살을 씹고 있는 창가에서

치통에 대하여 생각한다


걱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어떤 반창고를 골라야 할까


오래된 장독처럼 실금 간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구급상자를 다시 제자리에 둔다



유통기한이 까마득하게 멀어진 두통약

먹으면 금방 설사할 것 같은 지사제

반창고 몇 개 시체처럼 뒹군다


머릿속을 쑤시고 돌아다니는 유통기한

오지 않은 감기에 뒷목을 잡고


유통기한이 넘은 알약을 움켜쥐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말속에 숨은 의미는 걱정에 대한 유통기한이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이나 사건에 대해 뇌가 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삶 속에 숨어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만들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정말 아픈 것은 아닐 것인데 아프다고 느끼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알약을 움켜쥐었기 때문일까? 유통기한이 지난 것에 반응하는 내 걱정의 유통기한이라는 것의 조건반사와 같은 일관성 없는 방향성의 문제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관성 때문에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확장하면 통증에 대한 것들은 대부분 통증에 대한 관성과 경험의 곁가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유통기한 없는 걱정은 의심으로 진화한다.


나는 한동안 아프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슨 통증일까


중요한 부분이다. 아프지 않았는데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은 작용의 문제다. 인식의 문제다. 또한, 아픈 것과 아프지 않은 것의 위약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걱정 대부분이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통증은 직접이 아닌 간접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삶이 그렇다. 오지도 않은 비를 걱정하고, 떠나지 않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프지 않은 이빨에 대해 통증을 의심하며 사는 것이다. 침소봉대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어쩌면 삶이란 그 모든 유통기한이 무한한, 걱정이라는 것의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은 유통기한이 없다. 누구라도 무기한의 유통기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급하면 유통기한 지난 반창고라도 두통에 붙여보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유년의 한때, 빨간약이 만병통치약이었듯, 그렇게 만병통치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스스로 위약을 만들며 사는 우리의 삶이다.


반듯하게 개켜 놓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 옆에서

바람에게 멱살 잡히듯 저녁에 대해 생각한다

이빨 빠진 유리컵이 햇살을 씹고 있는 창가에서

치통에 대하여 생각한다


시초, 단초, 원인 행위, 그 모든 발단의 시발점에서 출발하는 유통기한과 통증의 관계가 신선하게 읽힌다. 이빨 빠진 유리컵과 치통, 햇살을 씹는 창가, 반득하게 개켜 놓은 목 늘어난 티셔츠의 관계는 언밸런스하면서도 중심이 잘 잡힌 문장들이다. 상황과 인식의 근본이 시적이다. 고우리의 작품의 감추고 있는 걱정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잘 매듭 지어진 결구를 소개하며 맺는다.


오래된 장독처럼 실금 간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구급상자를 다시 제자리에 둔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김네잎 시인의 (살얼음)이다. 이 작품을 접하며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는 말은 /나는 깨어지도록 구성되었다/라는 부분이다. 첫 연이다. 나는 깨어지도록 만들어졌다가 아닌, 구성되었다는 말은 시적인 질감이 매우 독특하게 읽힌다. 살얼음에 나를 빗대 말하는 것은 대부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본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구성되었다)라는 것과 유사한 언어적 고급화가 눈에 띄게 포진되어있는 것을 알게 된다. 쉽지만 절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살얼음


김네잎


나는 깨어지도록 구성되었다


폭염 속에서도 살얼음이 번져간다

머릿속에선 유빙처럼 소모품이 떠돌고

나는 1분 전 한 바가지 물처럼

언제든 사라질 준비를 한다


경비일지를 작성하다 호출된다


내 몸의 70%는 물

나의 빙점은 36.5도

일지는 멈춰있고


내 몸이 녹으면 액체가 되는 걸까


한 평 반의 공간은

실금이 무성한 극치

가장 쓸쓸한 음지

살얼음이 녹아도 아무도 흥건함을 보지 못한다


가방을 맡기러 온 201호 아이에게

택배를 찾아가는 502호 부녀회장에게

발밑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데


바닥에서 물이 휘발되는 속도는

뿌린 자만이 알고 있다


김네잎 시인이 가진 언어적 품격을 몇 부분 인용하고 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머릿속에선 유빙처럼 소모품이 떠돌고


1분 전 한 바가지 물처럼


내 몸이 녹으면 액체가 되는 걸까


발밑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데


뿌린 자만이 알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위 인용한 부분이 가진 언어적 품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 당부드린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언어의 배경이 품고 있는 수동과 능동에 대해, 결정과 비결정에 대해, 의미와 함축에 대해, 긍정과 부정에 대해, 시가 품을 수 있는 논리적인 관점의 사유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훌륭한 공부가 될 것 같다.


필자는 김네잎 시인의 작품에 대해 긴 설명을 하고 싶지 않다. 다소 당혹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내밀어 놓은 이달의 소제목 (어려운 게 있고 너무 어려운 게 있고)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한다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필자의 관점이 아닌, 대중성 있는 독자의 관점에서 시의 본문과 위 인용한 부분에 대해 필자의 소제목과 연결하여 대조하거나 비교하거나, 읽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김네잎 시인의 작품은 훌륭하다. 무엇이 무엇을 꾸며주고 있는지, 어느 지점이 어느 부분의 중심을 잡고 있는지? 주제의 핵심이 뭔지를 설명하지 않겠다. 이번 달 평론을 읽는 독자에게 그 짐을 넘긴다. 결론을 내린다면 오랜만에 보는 맛있는 작품이다. 정성껏 만든 김치처럼. 결구만 다시 소개하고 맺는다.


바닥에서 물이 휘발되는 속도는

뿌린 자만이 알고 있다


2월이다. 뭔가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계절이 아니다. 1월엔 매우 추웠다. 그래서 움츠렸다면 그것이 움츠린 것에 대한 이유라면 이제 봄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초록의 언어를 습득할 시간으로 인지해야 한다. 혹, 우리는 초록에 대해 빚을 진 것은 없는지? 꽃을 피울 씨앗들에 대한 빚을 진 것은 없는지? 반성하고 실천해야 할 시기가. 지금.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 하며 맺는다. (김부회)




추천1

댓글목록

Total 4,16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5 1 07-07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 10-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