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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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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9회 작성일 21-01-23 18:22

본문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학주





나는 겨울을 춥게 배우지 못하고

겨울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했지만


누가 있다 방금 자리를 뜨자마자

누가 있다 깍지 속에서 풀려나와 눈보라 들판속으로 들어가는


사랑이란 

매번 고드름이 달리려는 순간이나 녹으려는 순간을 훔치던 마음이었다

또한 당신의 눈부처와 마주 보고 달려 있었다


이제 들음들음 나도 갈 테고

언젠가 빈집에선

일생 녹은 자국이 남긴 빛들만

열리고 닫힐 것이다


그때에도 겨울은 더 있어서

누가 또 팽팽하게 매달려 올 것이다

자유를 춥게 배우며

그 몸 얼음 난간이 되어



- 시집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2014 -






* 우리는 고드름처럼 시나브로 들음들음 녹아선 겨울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겨울 속에선 또 다른 고드름들이 태어나 겨울을 꽃 피울 게다.

  순간순간을 훔치면서, 그렇게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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