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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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5회 작성일 21-02-08 01:40본문
이별 / 문태준
나목(裸木)의 가지에 얹혀 있는 새의 빈 둥지를 본 지 여러 철이 지났어요
아무 말도 없이 가신, 내게 지어 놓은 그이의 영혼 같은 그것을 새잎이며 신록이며 그늘이며
낙엽이 덮는 것을 보았어요
그게 무슨 소용이예요, 예전에 그이를 흙으로 거짓으로 다시 덮는 일에 지나지 않을 뿐
나는 눈보라가 치는 꿈속을 뛰쳐나와 새의 빈 둥지를 우러러 밤처럼 울었어요
* 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상 등단, 시집 <가재미> 등 다수
< 버 전 >
죽은 나뭇가지에 얹혀 있는 빈 둥지, 말 없이 그이가 새겨 놓은 흔적
백여우 꼬리에 불이 붙은 듯 물고 뜯고 할퀴는 꿈 속의 날들이여
얼래고 달래 보지만 오늘도 내 어머니 같이 그립습니다
저물녘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그이가 사는 나라에서 흔드는 행커치프
긴- 여운 마다 가슴가슴 저며 오고 바람 찬 빈 둥지에 쪽 달이 뜨니
나는 주룩주룩 밤비처럼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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