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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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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5회 작성일 21-02-10 01:56

본문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것이다』 (1998)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황지우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골목 어귀에서 우연히, 똥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 똥개의 눈이 하두 맑고 슬퍼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놈을 눈깔이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아 그랬더니 그놈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눈깔이 뚫어져라 바라본다. 우리나라 봄하늘 같이 보도랍고 묽은, 똥개의 그 천진난만-천진무후한 角膜→水晶體→網膜 속에, 노란 봉투 하나 들고 서 있는, LONDON FOG表 ポリエステル 100% 바바리 차림의, 나의 全身이, 나의 全貌가, 나의 全生涯가 들어가 있다. 그 똥개의 角膜→水晶體→網膜 속의, 나의 이 全身, 이 全貌, 이 全生涯의 바깥, 어디선가, 언젠가 우리가 꼭 한 번 만났었던 생각도 들고, 그렇지 않았던 것도 같고 긴가민가 하는데 그 똥개, 쓰레기통 뒤지러 가고 나, 버스 타러 핑 가고, 전봇대에 ←田氏喪家, 시온 장의사, 전화 999-1984.

 

 

            시집『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1984)에서

 

 



□아래는 문청의 시다, 공부하는 의미를 담는다.□



 

거짓을 쓰고

 

- 구화

 

 

지나간 시간은 살인자다

오늘도 오늘을 토막 내 가져간다

차가워진 넌 옮겨가고 증거를 찾다가

 

게시판 속 사람을 찾습니다

추리소설 주연으로 자주 등장 하지만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쇄살인마라 수배지를 붙이고

기슭이나 갈피나 몽돌 사이나

매일 밤 지우는데

 

새벽이면 깨어나 자란다

눈 가는 곳 아닌 곳에서 갸르릉 새어 나오는 소리

눈 오는 철이니 지난 빚은 필요 없지

 

검은색에 풍경을 그리는 시간

다문 입으로 바람만 삼켰다 뱉는 현기증

 

지금을 인질로 잡혀 나도

사라지는 중이다

 

 

 

 

 

【감상】

 

 1. 사건번호1-1

  (창작시-거짓을 쓰고,구화,21/2/5/P.M9:46)

 

 중대 사건 해결을 위해 전 우주 빅뱅과 블랙홀 관계자와 더불어 수배령을 내리고 강력계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첫번째 형사 발레리가 등장했다. 그는 사건 내역서를 검토한 후,

  "존재하지 않는 어떤 건축물의 완벽하게 형성된 파편이다"

  라고 일단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전적 시인이었던 발레리는 시와 사건을 혼동한 모순형용 모자를 쓰고 있으나, 여기서 '존재하지 않는'이란 내용이 오직 언어로만 존재한다는 뜻이었으므로 그 '파편'은 사건 해결에 불충분하다 진단하고 그는 조용히 낮게 읊조렸다 

  "언어의 감각적 힘과 지적인 힘 사이에 경이롭고 민감한 균형을 이루었군."》

 

  (1) 파편과 인상착의

 

  '시간'을 '토막'내 사후경직된 시간을 차갑게 옮겼다. 시간이 가해자고 피해자이니 그 진의를 어찌 따질까. 폭발로부터 시작된 시간은 흙과 불의 입자를 허공에 던졌다. 그것들은 궤도를 돌거나 떠돌이가 되거나 사멸한다. 화자는 시간의 죽음을 사건화한다. 그 '파편'은 화자의 내면에 생긴 파문이고 물결이다. 시간의 고체성과 액체성 그리고 산화되는 상태변화가 자유롭다. 화자는 시간의 목격자이고 유력한 증거를 기억한다. 시간은 너무 많은 얼굴과 착의가 있지만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 '살인자'다.

 

《두번째 등장한 강력계 형사 예이츠는 말했다.

  "나는 언어가 아니라, 이미지, 유추, 상징들만 갖고 있다."

  그는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단서에 주목했다. 추리소설은 전문분야가 아니었으나 용의자 몽타주를 그리고 행동 양상을 유추하고 '게시판 속' 상징을 밤새도록 심문했다.》

 

  (2) 형체와 특징

 

  '추리소설'은 반드시 시간을 역행한다. 지문과 발자국과 어떤 흔적이라도 단서가 된다. 시간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것은 과거의 기록과 희미한 기억을 뒤적거리는 것이다. 그런 기미와 기척엔 반드시 사람이 있다. 시간이 주연이고 형체 없는 사람이 조연이다.

 

 《미제 사건으로 흘러갈 기미가 보이자 말라르메 형사가 투입되었다.

  "미지의 기다림이 진동하는 중심이군",

  이 말에 예이츠 형사가

  "예끼 이 사람아, 그건 당신이 시창작의 정신을 말한 것이지, 이 사건과 무슨 상관 있는 소린가?"

  그러거나 말거나 말라르메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더 이상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고 또한 인간의 귀에 들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의 근본명제다."

  예이츠가 당나귀를 당기며 말했다.

  "당신이 절대시의 근본명제를 설명한 걸 왜 여기다 붙이나"

  말라르메는 연거푸 되새겨 읽더니 말했다.

  "이상적인 것은 순백으로 이루어진 침묵일 것이다"》

 

  (3) 침묵과 알리바이

 

  연쇄살인마, 시간을 수배하는 화자의 눈길이 낭만적이다. 극단적인 대비와 배치다. 잔혹한 살인마가 유기한 피해자는, '기슭이나 갈피나 몽돌 사이'에 있다. 짙푸른 녹음 속을 걸었거나 한밤에 미등 아래서 책을 읽었거나 바닷가로 가서 돌의 가슴을 만졌다. 시간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단서와 증거가 뚜렷하다. 대법원에서의 최종심이 기대된다.

 

  《사건 해결이 난항에 빠지자 엘사의 눈[Les Yeux d'Elsa(1942)]을 쓴 아라공이 파견되었다.

 그는 사건 보고서 서문에

 "언어 조직, 문법 규칙 및 화법의 파괴를 통한 언어의 지속적인 재창조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4) 풍경과 인질 그리고 현기증

 

  눈오는 새벽에 깨어난 시간은 순백이 된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물을 모두 백지화했다. 그리고 작은 숨결들, 다시 태동하는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시간의 소리는 풍경이 되지만 현기증이 생긴다. 시간의 속도로 하루를 돌리고 자전과 공전을 멈추지 않으므로 그 얼굴을 알아채기 위해선 생사의 거리를 모두 횡단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이 감금하고 있는 '인질'일 뿐이고 결코 구출될 수 없는 운명이다. 제목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2. 낙수(落穗)

 

  지상과 우주의 저명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미제사건 팀을 꾸려 프로파일링을 시작하려 했으나 어떤 진리값도 구하지 못하고  강력계 사무실 게시판에 붙은 시 한 편을 읽었다.

 

  그들은 시간성 곡률을 다룬 절곡에 정곡이 찔리고 온몸에 전율이 생겨 서둘러 이 아름다운 문장을 우주 각지 저마다 행성에 유포하려고 뿔뿔이 흩어졌다. 아홉 송이 꽃을 품고.

 

  스티븐 호킹의 말에 의하면, 우주는 먼지 한 톨에서 시작했고 인간은 한 톨 먼지로 돌아간다고 한다. 빅뱅은 시간의 시작이었고 또 시간의 사멸일지 모른다. 그는 추론과 관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우주로 떠났지만 지금 그가 부정했던 신의 인상착의를 어디선가 확인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우주 모서리를 다 돌아야 존재의 진의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먼먼 메아리 통신을 보내올 것이므로 우리는 잉여의 시간에 이 깊고 아름다운 시를 읽으면 된다.

 

  "초기 시대의 인간들은 우리보다 더 훌륭했으며 신들과 더 가까이 있었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사라졌거나 이전이었던 것들도, 우리 몸속을 돌며 뜨거운 심박 소리를 온몸으로 나르고 있다.

 

                                   /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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