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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운전사/김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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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4회 작성일 21-03-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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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김용락






그 시절의 내 꿈은 운전사였습니다

분명 한때 내 꿈은 우리나라 최고의 트럭 운전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쯤은 낡고 툴툴거리는 트럭에다가

산판 현장에서 막 베어낸 아람드리 생목과

별 쓸모없는 잡목 토막까지도

한 차 가득 싣고 전국 탄광의 갱목이나

성냥공장 혹은 이쑤시개 제조장으로도

휘파람을 불며 유쾌하게 자동차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곳곳에다 필요한 목재를 공급해주는

그런 운전사이고 싶었습니다

자갈밭이나 진흙탕이 나타나면 더욱 부드럽게 운전하고

노을이 유난히 아름다운 저녁 무렵에는

플라타너스가 파도처럼 물결치는 한적한 시골길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빼어 무는 여유도 보이면서

생을 관조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소도시 공업학교의 교사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실업교육의 일선에서

내 앞에 놓인 아이들은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성적도 없는

대학진학 못하는 죄로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열등감으로 주눅이 들어 있는 아이들

툭하면 의자로 찍고 칼로 찌르고 파출소에 불려가고

때로는 대담하게 교사용 변소에서

담배 피우다가 교무실로 불려와 얻어터지고

이웃 여학교 학생들과 미팅할 때도

공고 학생이라고 제풀에 눌려

미팅 비용 다 대기로 소문난 측은한 아이들

열 번 잘하다가 한번만 못해도

할 수 없는 놈들이라고 선생님들에게마저도 낙인 찍히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운전사이고 싶습니다

이 잡목과도 같이 버려지고 있는 아이들을 한 트럭 가득 싣고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인간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곳으로 운반해주는

지금도 그런 운전사이고 싶습니다



- 시집 <푸른 별>에서, 1987 - 








* 좀 투박하지만 사실성과 진실성이 다 한 시다.

  이런 시는 이렇게 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시다.

  관념만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다.

  세련된 것만이 시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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