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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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0회 작성일 21-03-25 14:05본문
받아쓰기
신미나
아버지 마침표, 어머니 마침표, 내가 부르는 대로 엄마는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쓴다 연필을 쥔 검지가 작은 산 같다 나는 받침 없는 글자만 불렀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다
여름밤의 어둠은
빛이 밀어낸 지우개 가루
연필 끝을 깨물었을 때
연필심의 이상한 맛을 혀로 느끼듯이
엄마는 자기 이름을 쓰고는 천천히 지워버렸다
-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에서, 2014 -
* 쉬운 말만 부르는 딸과 자기 이름을 쓰고는 이내 지워버리는 엄마가 있다.
그리고 집에 가자고 말하는 어느 대교 밑에서 죽은 아들을 부르는 엄마가 있다.
오늘 어느 신문 기사를 보는데 이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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