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 동안/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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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7회 작성일 21-03-29 13:38본문
꽃이 필 동안
최창균
꽃이 필 동안의 나는
꽃이 필 동안 바라다보았어요
짐짓 서러운 잠으로 도망치지는 말아요
멀뚱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용서의 눈이 크게 떠지고
아픈 곳에 모가지를 졸라맨 올가미가 스르르 풀리는
이 그리움의 거리를
올빼미 부엉이의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헝클지 말아요
오랫동안 아픈 곳에 모가지를 걸고
그러다 눈처럼 내리는 모든 것의 용서를 묻고
화사하게 흠집이라도 비춰보고 다녀간
한 가계의 올망졸망한 얼굴들이
아직은 일러
아직은 일러 하듯이
아주 더디게 걸어나오는
이 멀미 나는 거리를
꽃이 필 동안
꽃 필 동안만 바라보아주었어요
-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에서, 2004 -
* 우연히 좋은 시를 만났을 때,
일주일 정도 피고는 지는 야산의 진달래의 꽃이 필 동안,
그 숨막히는 때처럼 나는 기쁘다.
오늘 이 시를 읽으며 그러한 기쁨이 내 마음에 가득하다.
좋은 시는 막 피어나는 꽃처럼 내 속의 올가미를 스르르 풀어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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