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잠깐들/황학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많은 잠깐들/황학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6회 작성일 21-04-02 09:04

본문

 많은 잠깐들 








 황학주 








 혼자 있을 시간이 된다 옆구리에 뜨거운 밀떡을 붙이고 부스럭거리는

 비가 새는 지상에 부스럼을 앓는 나는 있다

 나를 다치게 해서 살게 해주었던 계절들은 물방울 화석처럼

 놀랍고 좋은 질문이다



 지저귀던 새와 우울한 벤치의 오전과 오후는

 울다가 어디로 간 당신을 배웅한다

 나는 질 좋은 행간을 들고 방문하고 싶은 우주를 가진 적 있다

 낙숫물처럼 내 한쪽 눈에서 도르르 떨어져내린 것 같은

 

 비는 긴 휘파람이 끝나고 다른 휘파람이 시작되는 방황에

 가장 어울리는 걸음


 빗속의 나무는 침례 받기 직전처럼 떨린 적이 있다

 베개 밑에 둔 물방울 하나를 나는 알고 있기까지 하다

 힘주어, 시였다 해도

 그런데, 꿈이었다 해도

 다시 기억을 앞세워 찾아오지는 말아야 한다


 나의 문리(文理)엔 이랑처럼 부스럼이 크고 심하다

 별이 부서져 별들이 생긴다고 믿던 어린 날로부터

 그리 멀리 온 것 같지 않다

 둥근 잠깐들 사이로 잠깐씩 빛이 든다



  - 시집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2014 -










 *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줄곧 내 마음을 붙들고 있는 시다.

   전에 3000만년 동안 화석에 갇힌 채 흐물거리고 있는 물방울을 본 적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그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증거였다.

   그 오래전의 기억을 가진 물방울,

   시인은 자신의 문리를 겸손히 낮추고 있지만,

   시는 호박 속에서 빛나는 물방울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잠깐은 빛이 된다고, 또 영원이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게 시였다 해도, 또 꿈이었다 해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3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3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05-15
23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5-14
23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5-13
23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 05-12
236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05-12
23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05-11
23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 0 05-10
23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0 0 05-10
23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 05-09
236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 05-09
2360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05-09
23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0 05-08
235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05-07
23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0 05-06
23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 05-05
23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 05-04
23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0 05-03
23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5-03
23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 0 05-02
23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 0 05-01
23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6 0 04-30
23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0 04-28
234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0 04-27
23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4-26
23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04-25
23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2 0 04-24
23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0 04-23
23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0 04-22
23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0 04-21
23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0 04-20
234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 04-19
233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04-19
23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0 04-18
233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0 04-17
233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8 0 04-16
23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0 04-15
233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04-14
23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 04-13
233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0 04-12
23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 04-12
233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04-11
232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 04-10
232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 04-09
232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0 04-08
232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04-07
232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5 0 04-06
232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0 04-05
23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0 04-05
232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04-04
232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 04-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