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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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4회 작성일 21-05-03 02:26본문
아이누 / 이장욱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 내가 이미 죽었다고 한다. 볕 좋은 곳에 묻혔는데도 뭐가 그리워서
무덤을 나와 홀로 산책을 하고 전화를 하고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는 걸 보았다는 사람들이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 내가 아이누인이었다고 한다. 나는 북해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잠시 이 도시에 들렀을 뿐이라고
주식은 바다 연어
전생은 코뿔소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민으로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 내가 노숙자가 되고 신앙을 설파하고 모르는 아이를 마구 낳고 하하하
웃으며 놀이 공원을 뛰어 다니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맞아요 사실 나는 아이누 사람인데 스쿠터를 탈 줄 안다. 나는 바다 위를 달릴 수도 있고 코뿔소
처럼 포효할 수 있다.
나는 북해도의 해변에서 아내와 소박한 삶을 살아갔을 뿐인데
나는 어째서 이곳에서 장례식도 다 끝나고
볕 좋은 오후에
잘 묻혀 있었다.
* 이장욱 : 1968년 서울 출생, 1994년 <현대문학> 시 등단, 2005년 <문학수첩> 소설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등 다수
< 소 감 >
아이누인 :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와 사할린에 사는 종족, 유럽 인종의 한 분파에 황색 인종의
피가 섞인 종족이었으나, 일본인 과의 혼혈로 본래의 인종적 특성과 고유문화를 점
차 잃어 가고 있다
사할린 : 러시아의 동부 오호츠크해에 있는 섬으로 러일전쟁으로 남부는 일본 영토였다가 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가 점령
사할린은 일정시대 우리 동포가 노역자등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고 그 곳에서 일생을 마친
곳으로 지금은 그 후손만이 살고 있는 한이 많은 땅이다
화자는 사할린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의 고국에 대한 애환을 시의 모티브로 삼은 듯?
꿈을 꾸듯,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고국에 대한 향수가 내면의 숨겨진 서정으로 실타래
풀리듯 봄햇살처럼 언뜻언뜻 나부끼면서 서울 시민적 이미지를 곳곳에서 혼합시켜 생뚱맞고도
생경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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