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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여기에서/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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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9회 작성일 21-05-05 20:12

본문

여기에서 





허수경






언어

자연  

과거


여기에서 놀았다


놀았다


더러는 햇빛처럼

더러는 빗물처럼


그 사이 사이

그대도 있다가 없다가

그랬다


옷을 다 벗고 욕탕에 들어가기 직전

몸 계곡 들판 등성이 수풀


한때 그대도 여기에 있었으나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이 자연은 과거가 되었고


지금 그대 없는 자연은 

언어가 되었다


놀았다

더운 물속에 쓰라린 상처처럼

바람 앞에 얼굴을 가리는 새처럼


결국은 아팠다

놀았으므로 지극히 쓰라렸다



-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에서, 2010 -











* 시인의 자서전 같은 시다.

  2018년 54세의 나이로 하늘로 가버린 그녀의 인생을 닮은 시다.

  아니,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여기에서 놀았으므로, 그리고 아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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