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편지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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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1-05-10 05:36본문
벽 속의 편지 / 강은교
- 짧은 흐느낌 같은
*
어제 네 편지를 받았네
네 편지에 들어 있는 톱밥 같은 빛들을 받았네
바람에 어린 풀들이 끌려가듯이
우수수수 나
끌려가고 있는 저녁에.
*
네 글자들 속에서
수군대는 모래바람
주워내고 주워내도
자꾸 일어나는 모래바람.
*
네 편지를 읽고 또 읽네
짧은 흐느낌 같은 가을 저녁.
* 강은교 : 1945년생, 1968년 <사상계> 등단, 2015년 제7회 구상문학상 본상, 2015년
제18회 한국카톨릭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등
< 소 감 >
시의 짜임이 특별나다
연 구분마다 * 표시와 마지막 문장에서의 마침표는 화자의 강한
의지와 어떤 결기를 느끼게도 하는데,
너와 나의 거리가 단절, 천리보다도 멀어 숭숭한 바람만 드나드는
톱밥 같이 거친 날들
짧은 문장과 행간 속에 배어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 같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흐느낌 같은 사무침이 화자의 가슴 속에 가득하다
인간에게는 지성과 지혜라는 천혜의 자산과 자유의지라는 무기가
있으며 이에 따르는 책임도 있어서 인간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너와
나 사이 그 사이 때문에 화자는 고립되어 지금 아픔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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