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억새 군락을 지나다/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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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3회 작성일 21-05-13 19:16본문
물억새 군락을 지나다
류인서
당신이 내 잠 속에 풀어놓은 새떼, 천 마리 만 마리 물새떼
물새떼가 물고 온 호수와 호수가 불러 모은 구름과 구름이 일깨우는 비와
비의 덩굴손 끝에서 섬광으로 터지는 꽃잎과 꽆잎에 맺히는 물구슬 열매, 열매 속에 들어서는 바람과
당신이 풀어놓은 수만 수천 물갈퀴의, 울음 품은
비 바람과
-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에서, 2005 -
* 좋은 시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읽히고,
읽은 후엔 여운이 가시지 않는 좋은 뒷맛을 남기는 거라고 한다면,
이런 시가 해당할 것이다.
하얗게 잔잔히 서 있는 억새 군락을 지나본 사람은
이 시를 읽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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