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 客 / 홍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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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회 작성일 21-05-17 04:18본문
歌 客 / 홍인숙
잎새 떨어진 나무 아래에서
미처 수숩하지 못한 매미의 허물을 보았다
몸이 떠난 길을 기억하는 등줄기
저 결의의 몸짓이 소리의 집을 지었겠다
아득한 틈과 틈 사이 시간의 화석 앞에
왜 내가 이토록 떨리는지
태를 찢고 일제히 튀어 올랐을 싱싱한 날갯짓
나무들의 심박동을 올렸겠다
하늘을 뒤덮은 시퍼런 가락으로
텅 빈 내 몸 속에 비수 하나 밀어 넣는다
* 홍인숙 : 1961년 인천 부평 출생, 2013년 <시와 소금>으로 등단,
시집 <딸꾹, 참고서> 등
< 소 감 >
한 여름 창창하게 울리는 매미소리는 무덥고 답답한 심경에 이는 한줄기
청명한 바람이다
여름의 제왕 매미소리, 이제는 도시화와 열악한 환경으로 그 위력이 소멸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 귀에 아득히 머물고 있다
歌客은 창을 잘부르는 사람, 시인은 매미를 가객으로 설정하여 내러티브를
펼치고 있는데,
매미는 땅속에서 고난 극복, 인내 함양 등 실천철학을 습득하며 7년의 고된
安居生活을 마치고, 인간 세계로 올라와 생 마지막 2주 동안 심오한 진리를
온 누리에 통렬히 설파(그 연설 기법은 소크라테스도 배웠다 함)하고 온 곳
으로 되돌아가는 聖者이시다
성자께서 벗어 던진 텅 빈 허물의 틈 사이에서 하얗게 요동치는 森羅萬象과
울림통이 깨져라 질러대는 그 몸부림 속에는 중생이 가야할 바 길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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