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유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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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0회 작성일 21-05-30 20:29본문
우기
유이우
구름이 내 위로 걸었다
나는 잠깐 멈추면 되었다
기어코 빗방울이 내 발치로 굴러내렸다
나를 대신하여 잘했다
동그라미들은 급하게 헤매이면서 어디로든 가버려
내리막길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나는 대신하여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모두 자기 길을 걷는 것처럼"
"달리 할 말도 없는 것처럼"
어젯밤의 말들도 열심히 굴렀다
곰곰이 있으면 나는 한겨울이다 단단하다
팽팽한 숨이 내 발등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을 본다
구경꾼들은 쉽게 모였다
나는 도로 입을 벌려 훌쩍 내 숨을 받아먹는다
내가 쏟아져내리려 하는 것일까
너무 작아서 마음이 안 닦이는 손수건이다
구름은 글러브를 장착했다
나는 공을 가벼이 받지 않는다
손가락이 여럿이서 춥게
홀로 있었다
-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에서, 2019 -
* 내가 진심으로 다음 시집을 기다리고 있는 시인이다.
요즘 시인이 거진 그렇지만, 시인은 직장을 다니며 시를 쓰고 있다.
어쩌면 요렇게 반짝이는 말들을, 음표처럼 리듬 있는, 시를 쓸까.
시를 좀 써 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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