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참새와 검은 고양이 /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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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4회 작성일 21-05-31 04:43본문
어린 참새와 검은 고양이 / 이승원
심야에 담배를 피웠던 장소는 날이 환해지자 금연 구역으로 밝혀졌다 수백 개의 꽁초와 담뱃진이
방명록으로 남았다
작은 참새 한 마리가 모두 꿈이었다며 날개를 접었다 모퉁이를 도는 버스가 보일 때부터 사라진
얼굴
여전한 퇴폐를 견지하려던 사람은 핀잔을 들었다 일관되게 다소 저열한 나는 그 이중생활이 신묘
했다
검은 고양이가 계절은 달아났다며 화장실에서 잠에 빠졌다 시야에 나타난 열차가 놀라운 속도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차량의 내부가 텅 비었을 때를 늘 선호했지만 이날만은 많은 승객으로 북적이자 이내 안심했다
과학에 과문한 우리는 도서관에서 죽음의 경년 변화 항목을 찾아보았다
* 이승원 : 1972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강속구 심장> 등
< 소 감 >
멀리서 바라본 산봉우리 아득해도 희망이라며 견디어보았지만 날 밝으니
모두 허상이라며 작은 참새 새벽 먼동이 틀때 쯤 날개를 접는다
가을 가고 겨울이 왔다 좋은 시절 다 갔다며 검은 고양이 죽은 쥐를 물고 담장
밑을 빠져 나와 눈보라 치는 허허 벌판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렴풋이 뒤안길 돌아서는 뒷 모습은 긴 세월 저미어오던 아픔이었고
오롯이 떠오르는 해맑은 웃음은 잊고 싶은 먼 옛날의 그리움이었다
그리움도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워서 누이가 두드리던 피아노 소리는 흰빛
너울로 자꾸 번져오는데 나는 더 견디지 못하고 하얗게 무너져 내린다
암울한 현실 고수냐? 아름다운 시절 회귀냐?
기로에 선 나는 밤하늘 반짝이는 많은 별중에서 저 것이다 짐작하고 그냥 가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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