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과 너무 멀다 /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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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1회 작성일 21-06-07 05:28본문
그곳과 너무 멀다 / 김인희
신화는
지옥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하는 것이라고
까놓고 당당하게 말하지
지옥 건설의 과정을 보여 주면서
천국은 그냥 바라보기나 하라면서
지옥의 등 뒤에 천국을 건설해 놓았다면서
지옥과 천국 사이에 반 중력의 사다리를 놓아줄 것이라고
지금은 환상이라고
너덜 너덜한 지상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다고
등 뒤에 지어진 천국으로 이사 갈 수 있다고
지상은 곧 재개발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 서 있는 곳, 그곳과 너무 멀다
가여운 모더니스트들이여
그대들이 버린 처음 시간이 미래의 시간
지상의 재개발은
탈현대주의자의 손에 있는 것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현존재가 추구하는 해답
바다에 사는 나의 사랑하는 고래가
7월의 들에 핀 나의 솔나리나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그곳
문명의 기억을 담은 채
처음으로 돌아간 거기.
* 김인희 : 1947년 경북 봉화 출생, 1992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아담의 상처는 둥글다> 등 다수
< 소 감 >
제1연은,
이테리 불후의 작가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연상되는 시이고
단테는 작중인물로 등장 자신의 여인 베아트리체의 도움으로 지옥, 연옥, 천국 등
내세의 영혼들의 세계를 1주일 동안 편력하는 내용으로 지옥은 어둠과 증오로 찬
저주의 세계, 연옥은 정죄와 희망의 세계, 천국은 빛과 노래와 환희의 세계이다
우리네 인생길 반 고비에 /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 어두운 숲 속에 처해 있었다.
아, 거칠고 사납던 이 숲이 / 어떠했노라 말하기 너무 힘겨워 / 생각만 하여도 몸서리
쳐진다. - 지옥편, 제1곡 중에서
제2연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우주만물의 근원 <4원소론>이 연상되는 시이다
우주의 만물은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로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사랑과 미음의 힘으로
결합하고 분리하여 여러가지 사물이 태어나고 멸망한다는 주장으로 철학의 기초일 듯
철학은 소크라테스 이후 神 중심의 세계에서 人間 중심의 세계로 기조가 바뀌면서
플라톤과 알리스토텔리스를 비롯 여러 학자들이 학파를 조성해서 수많은 학문적 명제와
이론을 정립했으며, 고대 - 중세 - 근대 - 현대(니체이후)를 거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둡
인류의 심성 고취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아는 것만큼 존재한다" 했는데
나도 시 읽고 철학 하면서 상상의 폭을 넓히고 심혼의 깊이를 깊게 갈아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낡고 경직된 굴레에서 벗어나 無我之境의 理想鄕, 그곳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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