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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눈] 듣다/박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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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5회 작성일 21-06-21 20:50

본문

「저녁눈」 듣다 





박신규






흰 눈은 희다

실직한 눈은

때 이른 출근길 횡단보도에 희다

한강변에 눈은

만취해 기억이 없다는 눈은

제 새끼를 밴 아랫배에 희다

사채에 쫓기는 눈은

투신한 흔적을 기록한 흰색 선에 희다


때늦은 눈은

칼을 품은 눈은

피 묻은 흰 손에 희다

어미를 폭행한 눈은

컴퓨터 게임 화면에 뿌옇다

본드에 취하지 않은 눈은

임대아파트 구석진 공원에

찢긴 교복 치마 무릎 위에 희뿌옇다


흰 눈은 하얗다

그나마 젊다는 눈은

환갑이 된 이장의 작은 논밭에 하얗다

그 집 이주여성의 신생아 첫울음에 하얗다

동구 밖에서 눈은

혼자 서 있는 가로등 밑에 하얗다


흰 눈은 붐비다

적막한 흰 눈은 붐비다

시퍼런 흰 눈은 붐비다


 -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에서, 2017 -











* 「저녁눈」은 박용래의 시 제목이다.

   일종의 패러디 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장정일이 쓴 김춘수의 시  「꽃」  패러디가 생각난다.

   박용래의 시가 옛 고향의 저녁에 내리는 눈이라면,

   시인의 시는 요즘 우리 사는 도시에 내리는 눈이다.

   붐비는 건 매한가지다.

   다만 하나는 지극히 서정적이요, 또 하나는 뿌옇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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