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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의 기분/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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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4회 작성일 21-06-24 18:57

본문

굴뚝의 기분 





안희연







너는 꽃병을 집어 던진다

그것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네 삶이라는 듯이


정오

너는 주저앉고

보란 듯이 태양은 타오른다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너의 늙은 개는 집요하게 벽을 긁고 있다


거긴 아무것도 없어

칼을 깍는 사과는 없어

찌르면 찌르는 대로

도려내면 도려내는 대로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얼굴은 빗금투성이가 되겠지

돌이켜보면 주저앉는 것도 지겨워서


너는 어둠 위에 어둠을 껴입고

괜찮아 괜찮아, 늙은 개를 타일러

새 꽃병을 사러 간다


깨어진 꽃병이 가장 찬란했다는 것을 모르고

심장에 기억의 파편이

빼곡히 박힌 줄도 모르고


 -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에서, 2020 -









 * 검댕이로 칠해져 있는 굴뚝의 기분,

   돌이켜보면 우리 삶도 그렇다.

   망가지고, 긁히고, 깍이고, 도려냄을 당하고, 찔리고, 

   결국 우리는 빗금무늬 토기가 된다.

   굴뚝이 된다.

   참된 위로는, 그렇다는 것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굴뚝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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