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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깍는 남자/강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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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0회 작성일 21-07-02 19:01

본문

손톱 깍는 남자 





강형철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그는 손톱을 깍는다


기다리는 버스를 외면한 채

오랜만에 손톱을 깍는다


마음속에 젖어드는 평안

오래 길어난 것은 손톱만이 아니다


어느새 쫌쫌 입을 내민 은행잎

안쪽으로 빠르게 숨는 사내의 짧은 비애


마침내 그는 손톱을 다 깍고

손가락 끝을 후후 불며

다가올 버스를 기다린다


그 긴 휴식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  시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에서,  2002  -









 *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그저 버스 정류장에서 손톱 깍는다는 이야기다.

   버스를 기다리는 이 짧은 순간에도,

   시인은 휴식을 즐긴다, 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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