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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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21-07-03 17:03본문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에서, 1978 -
* 오래전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 시간에 이 시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먼지 날리고, 추운 작업장에서도 이 시는 줄곧 나를 붙들어 주었다.
이 시를 생각하며 나는 사랑을 다짐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 사랑은, 조그만 사랑 노래는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처럼,
땅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있다.
조그만 내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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