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기[외 1편]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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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1-07-04 00:16본문
습작기
떠나가 돌아오지 않았지. 날마다 그대 빈방에 진눈깨비 내렸지. 뜨락에 한겹씩 덮이는 어둠. 바람은 대숲에 불어 서걱서걱 내 살을 헐었지
참담한 어둠 저쪽에서 새떼들이 날아와 죽고 그대 건반악기 위에도 날아와 죽고 거울 속의 내 얼굴은 금이 가고 있었지.
듣고 싶어라 그대가 사랑하는 비발디의 겨울. 불행한 그대 시 한줄을 나에게 다오. 그대 노래의 끝에서 일어서는 나무들. 순은의 가지로 빛나게 해다오
실내엔 적막한 어둠 뿐이고 이제 그대는 대답하지 않는다. 닭들이 잠깨어 서성거리는 밤. 한 사내가 열린 현관 앞에 홀로 서 있다. 발밑에는 은박지 담배곽이 구겨져 있다.
감상평 : 죽기도 전에 명작을 한 권(한 편)은 남기겠다더니 불가능할 것만 같다
변주곡
변두리로만 떠돌던
내 이십대의 겨울
여자들이 언제나 먼저
나를 버렸지
폐결핵을 앓던 나날
굳게 닫힌 유리창 앞에 서면
가슴안에 돋아나는 저승꽃도 보였지
손톱으로 성에를 긁어내며
봄
이라고 자꾸만 써보곤 했지
밤이되면 벽 속에는
가득한 바람소리
떠나간 이들의 소식은
모두 끊어지고
잠들면 밤새도록 폭설이 내려
적설량은 내 키보다 높아만 가고
빙점에 머물러 얼어 붙은 채
누구의 입김으로도 녹일 수 없었던
시
사랑
눈물
이라는 생명의 말들
방안 가득 하얗게 죽어있는
파지들이여
그러나 용서하라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 있나니
한세상 어둠 안고 떠돌다가
어느새 마흔해가 흘러갔는데
오늘 서울행 버스에서 본 경춘가도
무더기로 개나리가 피어 있더라
누구의 입김으로도 녹일 수 없었던
내 이십대의 겨울
시
사랑
눈물
모두 한 자리에 되살아나서
축제로 눈부시게 밝아 있더라
사람만이 떠나서
되돌아오지 않고
다만 의암호 깊은 물에
반짝이는 물비늘
그 겨울의 가난이
내 사랑을 죽였다 하더라도
내 낱말은 죽일 수가 없었으리
폐결핵을 앓던 나날
굳게 닫힌 유리창 앞에 서면
가슴 안에 돋아나는 저승꽃도 보였지만
손톱으로 성에를 긁어내며
봄
이라고 자꾸만 써보기도 했지만
<이외수라는 소설가다, 우리나라의 기인으로 유명하다.>
감상평 : 만 40세면 불혹인데 고작 이런 시?를 했다는 게 못마땅하다, 시?의 정신연령이 20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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