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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어느 아침/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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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2회 작성일 21-07-08 18:44

본문

칠월, 어느 아침 





최지은






어머니는 곁에 누워 나를 재웁니다

아이를 달래듯 뜨거운 이마를 한번씩 짚어주며


너를 가졌을 때 이야기야,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겨울 숲의 자두

새가 찌르고 달아난 자리로 단내가 풍기고

살짝 침이 고이기도 하는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는 열을 내려줍니다


이내 나는 자두 꿈을 꾸며 더 깊은 잠에 빠지고


어머니의 벌어진 앞니 사이로

흰 눈. 붉은 자두. 멀어지는 새.

나의 여름이 시작되는 곳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선

통조림 뚜껑을 따는 소리가 들려오고

늦은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


문득

내가 세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다른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났는데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누굴까 생각하는 사이

또 한번, 통조림 뚜껑이 열리는 소리


붉고 통통한 강낭콩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하얀 식탁보. 투명한 유리 화병. 흔들리는 꽃.


고요가 생겨납니다


나는

등 돌린 어머니의 몇걸음 뒤에 서

신이 나도록 떠들어보기도 하지만


어머니께 무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는 것인지

나는


나만은 영영 알지 못합니다


눈을 뜨자 내 곁엔 검은 개가 배를 드러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오늘은

나의 생일


시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섞이어 풍겨옵니다


이 여름이 한번 더 지나가도록


짧은 꿈의 손님은 모른 척 숨겨두기로 합니다


어두운 아침입니다


-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에서,  2021  -









* 우리 사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어머니의 벌어진 앞니 사이로 끝없는 바람이 오가는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 들으며 칠월의 여름은 간다.

 또 어떤 일은 모른 척 숨겨두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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