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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를 열어주세요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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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21-07-18 01:06

본문

옆구리에 열쇠구멍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예, 거기에
열쇠를 꽂아주세요.
아니면 태엽이라도 감아주세요.
여기 계속 서 있는 건
아무래도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몇 걸음이라도 걸어야 살 것 같아요.
열쇠를 찾을 수 없다고요?
당신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잖아요.
손가락만큼 좋은 열쇠는 드물죠.
때로는 붓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손,
지문의 소용돌이를
열쇠구멍의 어둠에 가만히 대보세요.
예, 드디어 열렸군요.
이제 구멍 밖으로 걸어갈 수 있겠네요.
태엽을 넉넉히 감아주세요.
염려하지 마세요, 곧 돌아올 테니까.
내 구두에는 스프링이 달려 있어
통, 통, 튀어 올랐다가도 이내 가라앉고 말지요.
혹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눈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줄 아세요.
당신의 인형이라는 것도 잊은 채
땅에 코를 박고 허둥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시 일으켜 줄 어떤 손을 기다리면서.


<나희덕 시인이다, 1989연도 중앙문예 '뿌리에게' 등단.>


감상평 : 시를 재해석하여 성적인 뉘앙스로 짓는다면 훌륭한 작품이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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