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 /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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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9회 작성일 21-07-19 02:45본문
인기척 / 김예강
인기척은 골목에서 녹으면서 쌓인다
거리를 걸으며 집들을 어루만지는 것일 수 있다
내려오며 허공을 다 어루만진 눈처럼
기념사진 속으로 사라지는 벽화
살림살이가 아무렇지 않게 새어 나왔다
희망이거나
슬픔이 현재를 방치하듯
가난한 골목을 걸었다
동그라미 그려져 있는
현 위치에서 출발했다 마을 안내지도는
1코스 2코스 3코스가
다시 만난다고 한다
빈집을 어루만지는 과거를 나와
미래의 빈집을 걸었다
잠잠한 집들이
문 닫힌 냉장고 같아서 열어보고 싶었다
런닝구만 걸친 사내가
인기척에 젖어 의자에 앉는다
냉장고 안의 음식처럼
이 골목의 체온이 낮다
* 김예강 : 1961년 경남 창원 출생, 2005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고양이와 잠 > 등
< 소 감 >
사람이 있는 느낌을 인기척 즉 기척이라 하는데
기척과 흔적은 같은 의미 같지만 다르지 않을까
기척은 형상은 오지 않고 분위기(소리, 그림자등)만
와 있는 느낌이고
흔적은 형상은 가고 분위기만 남아 있는 느낌이다
화자의 심혼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기척을 백지에 묻는 먹물처럼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온 마을을 이리 저리로 배회
하고 있는데,
잡힐 듯 보일 듯 허상들이 둥 둥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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