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노래/김정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여름노래
김정환
그대가 가난한 내 앞에서 펼쳐 보이는
그대 이제사 드러난 절약의 종아리도 채 못 적시는
한여름, 걷어올린 개울 물장구침이여
그대가 정성껏 제게 드린
그 사소한 살아있음의 기쁨, 깊이의 얕음이여
개울에 비껴 비친 햇살은 흐드러만 져
햇살 저편은 벌거숭이로 물쌈하던 어린 시절, 반짝여대는 추억들의 부서짐.
그래도 나는 가난하고
그대 참음의 발바닥에 느껴지는 자갈밭의 무딘 아픔.
그러나 그러나 나는 이제 알겠다
그대가 진정 가난한 나를 사랑하는 줄
그대가 진정 나의 의로운 가난을 사랑하는 줄
그대가 진정 이렇게 얕은 기쁨 속에서
깊이 깊이 나를 사랑하는 줄
그대 어색한 고개 도리질에, 눈물빛에
-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에서, 1982 -
- 아무리 여름이 무더워도 이런 사랑 있다면 살아있음의 기쁨은 사소히 빛나리라.
종아리를 채 못 적실 깊이의 물만으로 절약하는 가난한 사랑의 여름.
삶은 얕지만 사랑은 깊다.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